(서울=연합인포맥스) ○… "저축은행 한번 봐보세요"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PF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온 증권사와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부동산PF 관련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유난히 조용한 곳이 있다. 저축은행이다. 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동산PF 시장 주도권을 증권사로 넘겼다. 그 결과 전체 부동산PF 대출에서 저축은행이 보유한 규모가 다른 업권보다 적다. 저축은행의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게 언급되는 이유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저축은행이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저축은행의 토지담보부대출(브릿지론)이다.

부동산PF 시장을 증권사가 가져가면서 저축은행은 브릿지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저축은행 총여신에서 브릿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PF대출보다 높아졌다. 한국기업평가가 평가하는 13개 저축은행을 기준으로 지난해 말 브릿지론 규모는 5조5천억원이다. 총 여신의 14.6%에 달한다. PF대출 규모는 4조원으로 10.7%였다.

건설사업은 브릿지론을 통해 토지 매입을 위한 자금을 조달한 뒤, 건설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면 본PF로 대출을 갈아탄다. 즉, 브릿지론은 건설 사업이 원활히 진척돼 본PF로 연결돼야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다.

문제는 브릿지론이 본PF로의 전환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모아저축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만기가 연장된 브릿지론 잔액이 889억원(22건)으로 전체 브릿지론의 20.2%를 차지한다. JT저축은행도 만기가 연장된 브릿지론 잔액이 508억원(11건)으로 전체 브릿지론의 16.0%이다. 기존 만기보다 6개월 또는 1년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업권 브릿지론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인 웰컴저축은행과 다올저축은행의 브릿지론도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올해 6월 말 기준 각각 45.8%와 26.2%까지 올라왔다. 푸른상호저축은행은 브릿지론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47%로 높은 수준이다.

내년까지 브릿지론 금리가 2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업계 종사자들이 그린 예상 PF 금리 점도표에서 브릿지론의 내년 금리가 20%를 초과할 것이란 응답이 나왔다. 지난해 브릿지론 금리가 1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2배가량 높아지는 셈이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이 안 되고 있다는 건 건설 진행이 안 돼서 대출 기한을 연장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저축은행들은 이를 충당금으로 커버하고 있는 상황"이고 전했다.

다만 저축은행업권은 현재 시점에서 리스크가 현실화할 우려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브릿지론은 본PF보다는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적다고도 설명한다.

최근 건설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 비용이 예상보다 늘면서 본PF 단계 시공사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하루하루 감당해야 할 비용이 증가하는 셈이다. 부동산 가격 전망에 대한 회의적인 관점 때문에 분양률도 낮아지고 있다.

반면 브릿지론은 개발을 전제로 토지를 매입하기 위한 자금 조달이다. 본PF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추가로 필요한 자금 수요가 없다. 이자만 감당하고 있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사업장 선별을 다른 업권보다 까다롭게 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은 다 같이 겪겠지만, 과거처럼 저축은행만 특별하게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강화된 규제 덕분에 손실이 현실화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상당히 양호해졌다"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송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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