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리스크는 또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재점화는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히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는 노력을 수포가 되게 하는 길이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해외 공장을 자국으로 유치하려는 리쇼어링을 시작한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싼 제품은 없다고 봐야 한다. 과거 중국산 제품이 전 세계의 물가를 낮췄지만, 지금은 중국의 저임금을 선진국인 미국의 고임금이 대체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 국제유가 불안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전술핵을 쓰면서 유가를 급등시킬 경우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의 수고는 물거품이 된다. 지난 9월말 배럴당 76달러까지 내렸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최근 91달러까지 올랐다.
불확실성의 끝판왕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다.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크레디트 시장에 비상 경고등이 커졌고, 금융회사 중에서 PF 비중이 큰 증권사, 여전사가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경우다. 이는 가계부채라는 잠재 폭탄의 타이머를 작동시킬 수 있다. 지난 9월 은행권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가 10년 만에 5%대로 진입했다. 이달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인상을 앞둔 기준금리는 최종적으로 3.75%까지 열어둬야 한다. 앞으로 인상 폭은 줄이더라도 5%까지 오를 수 있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좁히기를 해야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 자본이탈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추가적인 금리 상승은 수도권에서 부동산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촉발할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연관 산업이 많은 부동산시장의 둔화는 국내 경기를 급속도로 더 꽁꽁 얼릴 여지가 많다. 최근 법원 경매에 나온 서울 아파트 10건 중 주인을 찾은 물건이 2건이 채 안 되고 있다.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속도가 빠르던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1,440원을 고점으로 진정되면서 1,500원, 1,600원을 넘어서는 추가 폭등세를 연출할 여지가 줄어든 점이다. 미국 정치권이 경기 침체 우려로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제동을 걸면서 달러 인덱스의 추가 상승이 멈춰 섰고,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위안화가 불안하면 이마저도 소용이 없지만, 다행히 위안화는 대체로 박스권에서 변동하고 있다. 이는 한 달 만에 달러-원이 1,400원 선을 깨고 내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 달 전만 해도 코스피 2,000선 붕괴 우려가 커졌지만, 지금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로 어느덧 2,400선이다. 다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언제든 하나가 삐끗하면 모든 게 다 나빠질 수 있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해오고 있다. 수출과 소비의 둔화로 이달 한국은행이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출 여지가 크다고 한다. 헤쳐나갈 난관이 첩첩산중이다.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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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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