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설마 기금운용본부장도 금융위원회 라인이 오는 건 아니겠죠?", "그래도 검사가 아닌 게 어딥니까."
국민연금이 차기 기금운용본부장(CIO)을 공개모집 중인 가운데 오는 11일 서류 접수가 마감된다. '자본시장 대통령'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영향력과 주목도가 높은 자리인 만큼 기금본부 안팎에서 다양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강신우 전 한국투자공사(KIC) CIO, 장동헌 전 대한지방행정공제회 CIO, 서원주 전 공무원연금 CIO 등이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서원주 전 CIO는 이미 접수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금융투자업계에서 CIO를 맡았던 국민연금 출신들이 안효준 전 국민연금 기금본부장의 성공적인 임기에 고무돼 지원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외부인이 보기에 현재 기금본부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잠재 후보는 서종군 전 한국성장금융 최고투자책임자(CIO)다. 앞서 올해 한국투자공사(KIC),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가 CIO를 공모할 때도 거론되지 않았던 서 전 CIO가 국민연금 CIO 레이스에서 갑자기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그의 출신 성분 때문이다.

서 전 CIO는 이른바 '금융위원회 라인'으로 분류된다. 1966년생인 그는 과거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에서 행정사무관을 지낸 뒤 2013년 출범한 성장사다리펀드로 옮겨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6년 성장사다리펀드가 현 체제인 한국성장금융으로 확장·독립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고 그곳에서 투자운용본부장을 거쳐 전무 겸 CIO까지 지냈다. 한국성장금융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한국증권금융 등이 출자했지만 사실상 돈줄은 금융위 쪽에서 쥐고 있는 금융위 관할 기구다.

서 전 CIO의 금융위 경력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의 배경 때문이다. 김태현 이사장은 행정고시 35회 출신으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 금융정책과장을 거쳐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까지 지낸 정통 금융위 라인이다. 서 전 CIO와 금융위 자산운용과에서 업무 경력을 공유한다.

이런 배경 때문에 서 전 CIO가 차기 기금본부장이 되면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저해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 출신인 김태현 이사장과 코드를 맞춰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판에 기금운용이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재부는 국가 재정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경기나 시장이 어려우면 국민연금기금도 국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나올 수 있다는 게 불안한 부분"이라며 "국민연금기금은 국내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최대한 운용을 잘하는 게 지상 과제인데 기재부 입김이 세지면 운용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연금 관계자도 "하마평을 보면 시쳇말로 '검사가 아닌 게 어디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위 라인이라고 기재부와 꼭 코드를 맞춘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독립성 저해를 걱정하는 일부 직원의 우려도 이해된다"고 말했다.

금융위 라인이 기금본부장에 앉으면 정부 주도로 기금운용개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국민연금 관계자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상당하고 전기료·가스비에 건강보험료도 내년에 결국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마저 올리는 것은 너무 부담이 클 것이기 때문에 연금개혁은 기금운용개혁에 우선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으로 국민의 지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보험료를 비롯한 모수개혁은 결국 시도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연금개혁을 빼든 정부는 어쨌든 성과는 내야 해서 기금운용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기재부·금융위 라인을 국민연금에 배치하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다만 공모 과정에서 여러 불안이 나오겠지만 막상 기금본부의 키를 잡으면 성과가 좋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안효준 전 본부장이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쳤지만 정작 취임 전에는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며 "누가 됐든 처음부터 꼭 불안해할 필요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안효준 전 본부장이 지난달 퇴임식을 진행할 때 강당은 이별을 아쉬워하는 기금본부 직원으로 가득 찼다고 한다. 안 전 본부장은 퇴임사를 읽기 전 큰절을 했고 직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공공기관장이 물러나도 자리가 텅텅 비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의 퇴임식장을 가득 채운 직원들이 눈물로 보냈다는 후문을 들으면 그가 얼마나 존중받았는지 알 수 있다. (투자금융부 진정호 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신사옥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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