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vs 미래 1위 싸움에 지각변동…'구조화의 달인' 최희문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메리츠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을 실적으로 앞서며 업계 1위로 우뚝 올라섰다.

그간 부동산 경기 악화를 이유로 메리츠증권을 향한 우려섞인 시선이 많았지만, 오히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기반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증권사 순익 지각변동…메리츠 1등 '우뚝'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6천583억원을 내며 '1등' 증권사로 등극했다.

최근 5년간 연간 당기순이익 1위 자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간의 싸움이었다. 메리츠증권의 부상은 증권사 순익 순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예상치 못한 깜짝 실적이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부동산 PF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본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88%로 가장 큰 증권사다.

이에 강원도가 레고랜드 관련 채무보증 불이행 의지를 드러낸 지난 9월 29일 전후로 메리츠증권 주가는 급락하며 지난달 11일(3,345원) 2년 내 최저점까지 내려갔다.

메리츠증권 실적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씻겨줬다. 주가는 전 영업일 기준으로 4,450원까지 회복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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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에게 몰리는 우량 부동산PF
비결은 '승자독식'이다.

부동산PF 1등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았지만, 부동산PF 사업이 위축된 현시점에서는 우량한 딜이 메리츠증권으로 몰리는 기회가 됐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사업을 할 때 '판을 키워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자기자본 6조에 달하는 대형 증권사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부동산PF 채무보증을 할 수 있도록 제한돼서 중소형사가 구사하기는 녹록지 않다.

메리츠증권의 대표적인 부동산PF 딜은 지난해 진행한 2조5천억원 규모의 서울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PF다.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그룹사가 1조원가량을 조달했고 나머지는 셀다운했다.

부동산PF의 95%를 선순위 대출로 구성할 수 있었던 힘도 자기자본 6조에 달하는 대형 증권사라는 점에 있다고 평가한다. 메리츠증권뿐만 아니라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도 선순위대출을 위주로 취급한다.

실례로 한 도시개발사업 PF 대출사업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선순위 대출과 중순위 대출 각각 100억원과 40억원,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은 선순위 대출을 각각 1천200억원과 200억원 취급했다.

◇부동산PF 시초…리스크관리 '12년차'
증권업계 부동산PF 시초라는 점은 '리스크 관리'에 강점을 가질 수 있는 경력이 됐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0년부터 증권업계 처음으로 부동산PF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부동산PF 전문가를 선점할 수 있었다. 메리츠증권은 한 부동산PF 딜을 진행할 때 그 지역을 잘 아는 전문 심사역, 변호사, 임원이 머리를 모아 리스크를 사전심의한다.

부동산PF 대출에서 '신용보강(책임준공)'을 지난 2010년 초 업계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시공사가 정해진 공사 기간 내에 공사를 완료하고 준공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이 취급한 부동산PF 종류를 살펴보면 리스크 관리의 필수 요건인 '다변화'가 구현돼있는 점도 알 수 있다. 지식산업단지, 사회간접자본(SOC), 물류창고, 주상복합, 아파트 등의 부동산 사업에 대출해줬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하락폭을 키우고 있는 아파트 사업의 비중이 작다.

평균 부동산담보비율(LTV)가 50% 수준이라는 점은 극단적인 부실 가능성 우려를 씻겨주는 요인이다.

◇'구조화의 달인' 최희문…부동산PF 직접 검토
최희문식 소통경영도 한몫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를 취급하려면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투자심사위원회(투심위)의 본안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는 매번 이 회의에 참석한다. 본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해 온 임원들과 단상토론을 거친다.

최 대표는 '구조화의 달인'으로 불린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다른 금융사가 부동산 사업을 멀리할 때 부동산PF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주 수익원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사업 중심으로 성장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메리츠증권 내부 관계자는 최 대표에 대해 "어떤 딜을 가져가도 어느 부분이 위험한지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리테일 비중 10% 미만…채권 비중 선제 축소
운용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을 선제적으로 축소했던 선택은 채권평가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메리츠증권이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 비중을 유연하게 줄일 수 있었던 건 리테일 비중이 10% 미만인 덕이다.

메리츠증권의 영업순이익은 대부분 기업금융(IB)과 운용 부문에서 나온다. 투자중개 및 자산관리 등 리테일 부문에서 영업순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은 단 9%에 그친다.

리테일 부문이 큰 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채권형펀드 등을 판매한 규모와 비례하는 채권을 필수적으로 보유해놔야 한다. 고객 투자금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장치다. 그렇다 보니 채권 비중을 유연하게 줄이기 어렵다.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ELS를 발행하기보다 은행 신탁을 통해 주가연계신탁(ELT)으로 판매하는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덕에 채권 운용에서 다른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한 채권 관련 상품이 많은 증권사는 채권 평가 손실을 피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메리츠증권은 시황에 민감한 투자중개 부문 수익 비중이 낮은 덕에 이익 변동성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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