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ROA·LAT까지 '김용범 매직 통했다'…처음으로 업계 2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메리츠화재가 7분기 연속 분기별 최대 당기순이익을 경신하며 손보업계 판도를 흔들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던 김용범 부회장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2천60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처음으로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이로써 연초 이후 누적 당기순이익은 7천247억 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1%나 급증한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썼다. 이 기간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9천524억 원, 9천990억 원으로 6.7%와 56.5%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메리츠화재가 올해 놀라운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김 부회장이 지속해서 추진했던 '가치성장' 중심의 경영 방침에서 비롯됐다. 양질의 신계약 확보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매출 성장과 비용 효율화에 매진한 결과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원수보험료는 지난 201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10조원을 넘어섰다. 4년간 50% 넘는 성장세를 시현한 셈이다.

업계에선 IFRS17이 도입되는 내년부터는 메리츠화재의 수익성이 더 커지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해 마진을 당기 수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장기보험 계약의 미래가치가 즉시 손익으로 평가된다. 양질의 계약을 많이 보유한 회사가 지금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는 게 골자다.

올해 3분기 기준 총자산수익률(ROA)만 비교해도 눈에 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9년 이후 업계 1위 ROA를 유지해왔다. 현재 ROA는 3.4%로 대형사 평균치인 1.8%와 비교해 2배 수준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이익률 역시 4%를 웃돌고 있어 업계 평균보다 1%포인트(P) 이상 높다.

현재 지급여력비율(RBC)은 185.4%로 양호하다. 다만 자본적정성 평가지표가 신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체제로 변경되는 내년부터는 해당 지표가 우상향한다. IFRS17 영향으로 보험부채가 감소하여 순자산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가 적립한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잉여금비율만 봐도 이런 흐름을 뚜렷하게 내다볼 수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LAT는 전분기 대비 5.6%p 상승한 76.0%다. 이는 보험업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우수한 수치로, 메리츠화재의 안정적인 부채관리 능력의 방증이다.

메리츠화재는 그룹 시너지를 통해 우량한 PF 부동산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했다.

하지만 100% 선순위의 안전한 대출로 리스크를 관리했다. 미준공 관련 위험을 통제하고자 자본력과 시공능력을 갖춘 신용등급 A 이상의 건설사와 은행 계열의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보증하는 PF대출만 취급했다. 지난 9년간 손실이 발생한 PF대출은 전무했다.

안전자산 비중도 높다. 메리츠화재의 운용자산 중 현금성 자산과 국공채, 특수채 및 보험약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3%로 손보업계에서 가장 높다.

더불어 자금유출 요인이 될 수 있는 저축성 보험이 없고, 환율상승으로 부담이 되는 해외채권 비중이 5.6%에 불과해 유동성 관리에도 유리하다.

메리츠화재는 2015년부터 장기 수익성을 최우선시하는 '아메바 경영'을 도입해 지난 8년간 비용 효율화와 수익성 높은 매출 확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한화생명의 전신인 대한생명 증권부에서 시작한 김 부회장은 삼성화재와 삼성투자신탁운용, 삼성증권을 거쳐 2011년부터 메리츠종금증권에 자리했다. 2년 뒤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에 오른 그는 2015년부터 메리츠화재를 이끌었다.

김 부회장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두터운 신뢰 속에 과감한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메리츠화재 체질개선을 시도했다.

아메바경영은 기존에 당연시됐던 것들에서 벗어나 유연한 자세로 조직 전반에 성과주의 문화를 심은 게 핵심이다. 회사 전체의 손익계산서를 부문별로 나눠 직원들이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메리츠화재의 공격적인 행보는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엄청난 인센티브와 최저 보험료로 상위사들과의 경쟁을 시작했고, 일찌감치 장기인보험 시장을 선택, 집중한 결과 2019년부터 해당 시장의 1위인 삼성화재를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 7월 김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CEO 메시지를 통해 2025년까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장기인보험 1등, 당기순이익 1등, 시가총액 1등이다.

메리츠화재가 올해 3분기 실적 기준 업계 2위로 도약하자 업계에선 당분간 상위사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은 "보종별로 흠잡을 데 없는 실적이 분기마다 경신되고 있다"며 "연내 자사주 추가 매입이 없더라도 내년에는 획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기대할 여지도 있어 더욱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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