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지분 가치 4억달러…여전히 2억달러 넘게 손실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쿠팡 주식에 물려 지난 2분기 말까지 투자금 반 토막을 경험했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3분기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쿠팡 주가가 3분기에 30% 급반등하면서 가능했던 결과인데 그럼에도 MIT는 여전히 본전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추가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15일 MIT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3분기 말 기준 13F 보고서에 따르면 보유 중인 쿠팡의 지분 가치는 4억달러로 집계됐다. 3분기 전체 포트폴리오의 지분 가치 5억8천800만달러의 약 68%에 달할 정도로 MIT는 쿠팡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MIT가 그나마 한숨 돌린 것은 3분기 쿠팡의 주가가 반등하면서 손실도 다소 회복했기 때문이다.

3분기 쿠팡의 주가는 12.75달러에서 16.67달러까지 30% 반등했다. 작년 1분기 상장한 쿠팡의 주가는 50.5달러까지 치솟은 뒤 올해 2분기 중 9달러까지 내려앉을 정도로 급락을 거듭하는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3분기 주가가 약 4달러라도 회복하면서 MIT의 지분 가치도 일부 되살아난 것이다.

하지만 MIT는 쿠팡에 들어간 총투자금액 대비로는 여전히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다.

MIT는 작년 4분기 처음으로 쿠팡에 투자하면서 약 1천620만주를 매수했다. 4분기 말 기준 MIT의 쿠팡 지분 가치는 4억7천590만달러였다. 이후 올해 1분기 쿠팡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 MIT는 '물타기'에 나섰고 쿠팡 주식을 약 780만주나 추가로 매입했다. 1분기 말엔 총 보유 주식 수가 2천401만주로 4분기 말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도 1분기 말 MIT의 쿠팡 지분은 가치가 4억2천457만달러로, 약 5천100만달러 줄어들었다. MIT가 저가 매수로 지분을 대폭 늘렸음에도 쿠팡의 주가가 계속 밀리면서 손실폭만 확대된 것이다.

올해 1분기 MIT가 물타기에 나선 금액은 1분기 말 쿠팡의 종가 17.68달러를 기준으로 삼으면 약 1억3천820만달러, 1분기 초 시초가 29.65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2억3천176만달러에 달한다. 작년 4분기 말 지분 가치 4억7천590만달러에 이를 더하면 MIT가 쿠팡에 투입한 금액은 못 해도 약 6억~7억7천만달러가 되는 셈이다.

올해 3분기 말 MIT의 쿠팡 지분 가치가 4억달러로 회복되면서 손실 규모도 2억~3억7천만달러 사이로 줄었지만, 여전히 본전과는 거리가 먼 액수다. MIT가 본전이라도 건지려면 주가가 8~15.4달러는 더 뛰어줘야 한다.

현재 쿠팡 주가가 18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최소 주가가 50%, 많으면 85%는 더 올라야 최소 본전 생각이라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IT는 쿠팡에 과하게 투자하면서 여유 자금이 부족해진 듯 2분기부터는 저가 매수를 못 하고 있다.

MIT는 쿠팡 외에 모바일 주식거래 업체 로빈후드와 IT기업 스노우플레이크 등도 보유하고 있다. 3분기 말 지분 가치는 2분기 말과 비교해 대체로 반등했지만 처음 진입 시점 대비로는 모두 손실인 것은 마찬가지다. 애초 미국 주식이 단기 고점을 찍었던 작년 4분기에 MIT가 대규모로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에 손실이 커지는 흐름은 불가피했다.

미국 주요 연기금 중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워싱턴 대학기금 등 몇몇 연기금도 쿠팡에 물려 있는 상태이긴 하다. 다만 캘퍼스는 쿠팡 투자액이 1천만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2분기에 저가 매입을 해 평단가를 상당히 낮췄다. 쿠팡 투자로 손실액이 수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연기금은 MIT가 유일하다.

MIT는 작년 6월 기술 전문 분석잡지 MIT테크놀로지리뷰에서도 쿠팡에 대해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특집으로 다룰 만큼 호의를 보인 바 있다.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쿠팡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현재까지는 오판이었다는 게 해외 투자자들의 분석이다.
 

쿠팡 주가 추이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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