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 CEO들과 기념촬영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한종화 기자 = 국제보험회계기준인 금융상품 회계기준(IFRS9)과 보험 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을 한 달여 앞두고 보험사들이 사활을 앞둔 수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내년 초 새로운 회계 기준 도입으로 보유 채권을 분류할 한 번의 기회를 얻는데, 금리 전망에 실패해 채권 분류 전략이 시장 상황과 어긋났을 경우 큰 손실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가 지난 8월 기준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은 315조6천556억 원, 만기보유증권은 222조3천713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에는 각각 약 412조 원, 152조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만기보유증권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손해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손해보험사의 1분기 매도가능증권은 124조8천8억 원, 56조6천921억 원이었으나 2분기에는 각각 116조7천539억 원, 64조3천163억 원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보험사의 만기보유증권 확대는 금리 인상에 따른 변화다.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는 현행 회계기준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자산만 줄어들고 부채는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자산 감소를 최소화하려고 매도가능증권을 줄이고 만기보유증권을 확대한 것이다. 만기보유증권은 시가가 아닌 원가로만 평가받는다.

하지만 IFRS17이 도입되는 내년의 셈법은 이보다 복잡하다. IFRS17 도입의 골자는 1월부터 부채도 시가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올해처럼 금리 상승이 이어진다면 문제는 없다. 금리 상승 시 부채는 줄어드는데 만기보유증권 비중을 늘려놓은 자산은 크게 줄어들지 않으니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내년 금리가 하락하는 경우다. IFRS17로 부채가 대폭 커지게 되는데 자산은 만기보유증권 비중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산을 불릴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A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내년에 금리 향방을 어떻게 예상하는가에 따라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의 비중을 고민할 수 있다"며 "회사마다 부채 듀레이션이 긴지 짧은지, 결제금액이 많은지 적은지 등에 따라 상황은 천차만별이지만 회계적으로 바꿀 기회가 더 있는 것이 좋은데 내년부터는 계정 재분류가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는 IFRS9이 IFRS17과 함께 도입된다. IFRS17이 부채에 대한 회계기준이라면 IFRS9은 자산에 대한 회계기준이다. IFRS9에서 금융상품은 FVPL(구 당기손익인식증권), FVOCI(구 매도가능증권), AC(구 만기보유증권)로 분류되는데 올해와 같은 계정 재분류가 어려워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리 향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더라도 계정 재분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단 IFRS9 도입에 따라 내년 연초에 한번은 계정을 세팅할 수 있다. 향후 재분류가 어려워진 만큼 보험사들이 내년 초에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회계제도도 변하고 규제도 변하면서 23년 1월 1일 기준으로 보험사가 굉장히 복잡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만기보유증권을 얼마나 들고 가는지가 주목할만한 이슈"라고 말했다.

만기보유증권을 더는 가지고 갈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B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금리리스크에 자산과 부채가 연동돼서 움직이려면 만기보유증권보다 매도가능증권을 더 사용할 수도 있다"면서 "그간 만기보유증권에 있는 채권은 매각이 불가능했는데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가 되면 매도할 수 있는 채권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C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매도 가능 증권으로 채권 재분류가 이루어지는 것은 확정적이라며 보험사의 듀레이션 매칭이 얼마나 이뤄져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채가 동시에 금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만기 보유를 줄이면 금리가 오르면 평가손실이 커진다는 논리는 적합하지 않다"며 "듀레이션 매칭이 잘 돼 있으면 새로운 회계 기준의 영향이 적을 것이고, 부채보다 자산 듀레이션이 길다면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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