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최근 대만의 TSMC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버핏이 소유한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3분기에 TSMC의 주식예탁증서(ADR)를 40억달러(5조3천억원)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평소 첨단산업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유명한 버핏이 TSMC를 선택했다는 데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의 겨울이 끝났다는 기대감은 물론 장기성장이 예상되는 업계 톱 클래스의 기업을 선택했다는 분석까지 다양하다.

버핏이 IT 회사에 처음 투자를 시작한 건 지난 2016년 애플부터다. 버핏은 이전까지 자기가 모르는 사업엔 투자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었다. 그 금기를 깬 게 애플이다. TSMC는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납품처다. 버핏의 관심이 애플에서 납품업체까지 확장됐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미ㆍ중 갈등 국면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TSMC가 미국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듯싶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TSMC는 독점적 기업이다. 파운드리 업계에선 따라올 자가 없다.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자가 들어올 틈이 없다. 수십 년간 파운드리(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뛰어들고 싶어 했지만, 아직도 TSMC를 구경만 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그 증거다.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버핏의 원칙에 부합한다.

왜 하필 지금인가. TSMC의 주가는 싸다. 버핏이 손대기 전에는 고점 대비 50% 넘게 빠졌다. 이 역시 좋은 주식을 싸게 사라는 버핏의 가치투자 원칙에 들어맞는다.

 

TSMC ADR 가격추이(녹색)와 삼성전자(붉은색)
출처:연합인포맥스 차트

 

 

 


버핏의 TSMC 투자는 얼음판 같던 반도체 시장에 온기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버핏의 투자가 그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중반에 반도체 업황이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버핏의 투자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왜 삼성이 아닌 TSMC일까. 이 화두에 대해 이곳저곳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들린다. 삼성전자와 TSMC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버핏의 선택을 받은 TSMC와 그렇지 못한 삼성전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매출과 이익 성장, 기업지배구조, 국내 증시의 한계 등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TSMC의 3분기 부문별 매출
출처:TSMC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몰고 온 세계적인 불황에도 TSMC의 실적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3분기에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으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메모리반도체 중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겨울의 직격탄을 맞았다. 다른 사업부도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TSMC와 비교해보니 글로벌 위기에 취약한 사업구조인 게 드러났다.

 

 

 

 

 

 

 

 

TSMC의 3분기 실적 요약
출처:TSMC 3분기 실적공시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기업지배구조와 승계 문제, 상속세 이슈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국회에선 삼성생명법이 다시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기업 자체 이슈보다 외부 이슈가 훨씬 더 많다. 버핏이 선택한 TSMC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버핏의 투자 기준엔 1등 기업, 경제적 해자 기업 말고도 사업의 지속가능성, 경영진의 투명성 등 다양한 요건이 있다. 삼성전자에 있는 건 무엇이고, 없는 건 무엇인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편집해설위원실장)
jang7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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