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퇴직연금 시즌이 다가왔다. 오는 2일부터 사전지정운용(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고객 선택권이 더 넓어진다.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증권업계는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힘주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연 8%대 금리의 원리금보장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내세웠다.

그 와중에 중소형 증권사는 퇴직연금 시장 문턱부터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어려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는 퇴직연금 상품을 만들어놓고도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에 올려주지 않으려는 분위기라 난항을 겪고 있다.

리테일 고객들은 상품을 만든 금융사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창구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굳이 짊어지지 않으려는 것이기도 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리테일 고객들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최근 채권시장 경색 속에서 이름이 자주 언급된 단어들이 들어간 상품들을 기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형 증권사가 휘청이기 시작한 건 '강원도 ABCP 사태' 이후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는 그 전부터 꾸준히 언급됐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 일로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ABCP 사태는 부동산 PF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준 사태였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가 직격타를 맞았다. 중·후순위 익스포저 비중이 각각 63%와 72%로 대형사(30%)보다 훌쩍 높기 때문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가 부실화될 수 있단 우려는 이들의 단기자금 조달 경색으로도 이어졌다.

정부가 각종 정책을 쏟아내며 '돈맥경화'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A2' 등급의 중소형 증권사까지는 온기가 전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리테일 투자자마저도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크레디트 시장에서는 채권평가손실 등에 의한 유동성 비상으로 기관투자자가 떠난 자리에 리테일 투자자들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금리 메리트 덕분이다. 하지만 이들도 우량한 채권만 차별적으로 담는 모습이다.

한 증권사 PB는 "리테일 고객들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수익을 더 많이 내려 하기보단 돈을 지켜내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기업어음(CP) 금리 조건이 좋더라도 무작정 담기보단 대형증권사가 신용보강 한 CP 등 우량한 조건만 선별해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부동산 PF 우려가 자금 조달부터 퇴직연금 영업까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창구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하는 차원이겠지만, 창구 문턱까지 넘어가지 못하도록 라인을 자르면 정상적인 회사도 살아남기 힘들다"며 "망하기 전부터 망하라고 하는 식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송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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