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등 경영진 인사 문제 걸려 있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오너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어떤 기업들이 사정권에 들어갈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특히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입장인데 지배주주가 없고 짬자미 인사 논란이 있었던 주요 금융지주나 KT 등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인 없는 기업의 '주인 노릇' 주목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에 관한 세부 방침을 담은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의 개정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주주행동에 나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들어 소유분산기업이 주목받게 된 것은 김 이사장이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소유분산기업의 합리적 지배구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나 논의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았다"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현실에서 보면 소유분산기업의 회장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고착화하고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금융지주 등이 건강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이사회 기능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 것인지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닌가, (내부) 규정이나 후계자 양성 시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원칙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소유분산기업은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고 여러 투자 주체가 지분을 나눠 가진 기업을 가리킨다. 다수 지분을 가진 소수에 지배권이 집중된 재벌기업과 지배구조가 다른 만큼 오너 일가 관련 문제는 발생하지는 않는 기업 형태다.

대신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기 때문에 특정 인사의 장기집권이나 후계 공백 문제가 생기는 소유분산기업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민영화된 공기업이나 주요 금융지주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해 논란이 커지곤 하는데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국민연금의 입장으로 풀이된다.

김 이사장은 "그간 지배구조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었고 기준에 대한 전문적 지식도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제는 소유구조가 광범위하게 구축된 기업의 이사회 기능 작동 방식 같은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고 CIO(기금운용본부장)에게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에 대해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겨냥하나…'정권 입김' 우려도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현재 281개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 기업은 8곳이고 그중 3곳이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주요 금융지주 3곳이다. 우리금융지주마저도 국민연금은 2대 주주의 위치에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에 금융지주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요 금융지주는 최근 최고경영자들의 연임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국민연금의 이같은 방침에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우리금융지주의 손태승 회장은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된 데다, 최근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까지 겹쳐 연임에 변수가 생겼다.국민연금은 주로 경영진의 비위와 책임을 놓고 주주활동에 나섰던 만큼 우리금융의 경우에도 2대 주주로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KT 역시 구현모 대표의 연임 여부가 화두인 상태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구 대표는 최근 연임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했는데 심사위원회 회의에선 찬반 의견이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의 경영성과가 좋았고 KT 제1 노조도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연임에 대해선 불가라는 의견이다.

그런 만큼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KT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앞서 올해 3월 KT 주주총회에서도 국민연금은 박종욱 경영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며 무산시킨 바 있다.

한편으로는 국민연금이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에만 주주행동을 강화할 경우 정치권의 첨병 노릇을 한다는 비판이 커질 수도 있다. 주인 없는 기업의 경영진 문제에 관여하면 결국 정부 낙하산 인사에 길을 터주는 결과일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기업지배구조 연구단체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배구조에 대해 주주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정권 코드에 맞춰 의결권을 행사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소유분산기업 경영진의 연임이 무조건 잘못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경영 성과 등 여러 면을 골고루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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