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금융시장의 키워드는 엔화 강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연말 사실상의 금리 인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90년대 거품경제 이후 약 30여 년간 이어졌던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엔화 가치가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의 상승은 금융시장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에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다. 전 세계에 풀렸던 일본계 자금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국제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이 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한 해 동안 지속된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킹달러 현상을 일으키며 미국으로 자금 유입을 촉진했으나, 앞으로는 그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는 것은 물론 미국에서 달러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 시점에 이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항상 시장의 화두가 됐다. 엔화 강세가 시장의 급변동을 불러오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라는 헤드라인이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엔 캐리의 청산은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 압력을 유발할 수 있다. 일본계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매각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달러 약세를 가속화하고 안전자산인 금값의 상승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크레딧 크런치(Credit crunch.신용경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본격화할 엔화 강세는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주목된다.


1994년부터 2022년까지 달러-엔 차트
연합인포맥스 차트




1994년 이후 역대 미국의 금리 인상키를 조명해봤을 때 크게 세 번의 엔화 강세 시기가 있었다.

①동아시아 경제위기가 있던 1998년부터 2년간, ②9.11 테러 사태를 전후한 2001년 이후 3년간이 그렇고, ③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던 2007년 이후 5년간도 길고 긴 엔화강세의 시간이었다.

세 번의 엔화강세 시기 이전에 각각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있었다. 1994년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한 연준의 기준금리는 95년 6.0%로 고점을 찍었고 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오기 직전까지 5.5%를 줄곧 유지했다.

이후 1999년 6월부터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간 2000년 10월께 6.50%까지 기준금리 수준을 높여놨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재임하던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연준은 17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려 1.00%였던 기준금리를 5.25% 수준으로 올려놨다.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면 대개 엔화 강세가 뒤따랐는데 상황에 따라 큰 위기(아시아 외환위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도 했고, 어떨 때는 위기를 막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서 달러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엔화 강세가 가속화되기도 했다. 2001년 9.11 테러가 터진 이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까지 낮춘 것,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제로금리에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엔화 강세의 시기는 곧 위기의 시기였고, 투자자들에겐 인고의 시간이었다.


1994년 이후 미국 기준금리 추이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




지난해 시장의 화두는 인플레이션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충격적인 인플레이션이 올 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이 슈퍼 인플레의 불씨를 댕겼으며, 코로나 시대에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던 미국의 유동성이 기름을 부었다. 가파른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초고속 금리 인상을 유발했고 시장은 참혹한 지난 1년을 보냈다.

이제 엔화강세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예측불허의 일들이 올해도 많이 발생할 것 같다. 엔화의 움직임에 따라 원화의 가치도 들쭉날쭉해질 것이고, 원화 채권의 부침도 심해질 수 있다. 일본의 움직임이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긴장하며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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