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신흥국의 성장 가능성도 금융시장 낙관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으로 커진 달러 약세가 그동안 강달러로 고전해왔던 국가들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국이 부양책으로 경제 성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경제 전망이 몇 달 전 우려했던 것보다는 덜 나쁘다면서 중국을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언급했다. 중국도 성장이 필요한 만큼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발표할 여지가 크다. 이 여파로 대표적인 세계 경기의 척도인 구리 가격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중국 경제가 호황을 보인다면 중국과 밀접한 동남아 국가들도 달러 약세로 자본유출 우려가 낮아지면서 안정적인 성장 발판을 밟을 수 있다.
문제는 미 경기 둔화 폭이 깊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급작스러운 금융시장 붕괴 위험을 낮추더라도, 실제 유동성 완화가 이뤄질 시기는 상당히 멀리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자산시장의 가장 큰 구원군인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빨라야 올해 3분기로 점쳐지고 있다. 지금은 아직 1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무엇보다 한발 빠른 금융시장의 분위기와 다르게 실물시장은 반대로 이제 냉각되고 있다. 구글은 창사 후 25년 만에 최대 규모인 전 직원의 약 6%인 1만 2천 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직 미국의 고용시장이 멀쩡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속단하는 건 위험에 빠지는 길일 수 있다. 특히 고물가 망령이 다시 살아나면 모든 게 수포가 될 수 있다. 우려되는 위험은 중국의 경기가 빠르게 달궈지면서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재급등하는 경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뒤늦게 정책금리 인상에 뛰어든 유럽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최근 물가가 꺾인 배경에는 무엇보다 에너지 가격 하락이 큰 몫을 차지한다. 만일 연준이 작년과 같은 매파 본색을 부활한다면 현재 분위기에서 큰 위험이다. 재작년 가을까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말하다 뒤늦게 지난 1년간 역대로 가장 빠르고 강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후회가 연준에 남아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 채권시장이 랠리를 펼치지만,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 10년 국채금리의 연말 전망치를 기존과 같은 4.2%로 유지했다. 올해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현재 3.52%로 연초 3.90% 부근에서 빠르게 내려왔고, S&P500 지수는 연초 3,800에서 출발해 최근 4,010으로 올라섰다. 위험자산인 주식과 이미 역마진 영역에 진입한 채권의 가격이 계속 같은 방향일지 지켜볼 대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정부의 개입으로 둔촌주공 관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장은 이뤄졌지만, 본격적인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것도 당장은 어렵다.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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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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