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SK케미칼에 대해 한 달도 되지 않아 지분 보유 목적을 다시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주주활동에 나설 만한 사안이 해소되면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조정하는데 약 3주 만에 이를 되돌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5일 SK케미칼에 대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1월 3일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조정한 뒤 23일 만에 이를 되돌린 것이다.

국민연금이 일반투자로 투자 목적을 변경하는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해 주주 활동을 강화하고 경영활동을 더 예의주시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이 SK케미칼에 대해 투자 목적을 이처럼 상향 조정했다면 그사이에 주주활동을 강화할 만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상 기관투자자가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3단계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 달리 보수 산정,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통상 대상 기업의 경영진과 비공개 대화 등을 통해 주주활동에 나서지만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다면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서게 된다. 2019년 도입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점관리 사안'이나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이 발생했음에도 개선 여지가 없는 기업은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이 되는데 그중 횡령, 배임, 부당지원, 사익편취 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했거나 주주권익 침해가 발생한 사안은 중점관리 사안으로 분류된다.

국민연금이 SK케미칼의 투자 목적을 이처럼 이른 시간 내에 되돌린 배경은 아직 불명확하다. 국민연금은 개별 투자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이 방침이다.

1월 들어 SK케미칼 경영진과 관련한 논란이 뚜렷하게 불거지지도 않았다. 지난해 9월 모회사인 SK디스커버리가 1천억원 한도로 공개매수를 실시한 뒤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일부 행동주의 펀드들이 추가 행동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일단락된 사안이다. 국민연금이 이에 동조한다면 굳이 이달 초 SK케미칼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조정하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SK케미칼의 실적이 악화하고 다음 달 10일 전후로 지난해 전체 실적이 발표된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작년 3분기 연결기준 실적 공시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 매출은 16% 넘게 급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적이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주가도 작년 4분기 20% 가까이 급락했다.

SK케미칼의 작년 4분기마저 실적이 나빠진다면 국민연금은 주주활동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잇달아 기업들에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고 있어 국민연금도 주가 부양책이나 배당 확대정책 등을 압박하며 보조를 맞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선 국민연금이 이사의 임기를 조정하는 정관 변경 안건과 이사의 보수한도 안건에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17일 기준 SK케미칼의 지분 중 6.32%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SK케미칼 외에 삼성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인터내셔널, 현대백화점에 대해서도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조정했다.
 

국민연금 전주 본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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