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삼성전자가 스스로 가용할 수 있는 현금 규모가 3조9천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특히 급전으로 쓰이는 단기금융상품은 지난해 말 기준 1억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와 해외 법인까지 동원한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115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회사의 개별 유동성으로는 투자는 고사하고 회사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수준이라 평가된다.

16일 연합인포맥스가 2022년도 4분기 별도 기준 재무상태표를 분석한 결과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9천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억3천700만원 남아있었다.
 

삼성전자 2022년 4분기 별도 재무상태표
[금융감독원 공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직전 회계연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단기금융상품은 15조원에서 1억원대로 급감한 것이다. 사실상 전량 매도나 다름없다.

단기금융상품은 보통 만기 1년 이하의 양도성예금증서(CD)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기업어음(CP) 등으로, 언제라도 환금할 수 있어 유동자산으로 분류된다.

즉, 1년간 15조원에 이르는 단기금융상품을 팔아가며 회사의 운전 자금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늘지 않고 간신히 유지됐다는 것도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대부분 소진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동성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급여나 복리후생비 등 일반 관리비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 개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3분기 누적 11조7천657억원을 급여로 지출했다. 역산하면 분기 기준으로 급여에만 4조원정도가 들어간단 의미로 현재 삼성전자가 가진 현금성 자산에 맞먹는다.

50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도 부담이다. 지난해 53조1천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데 이어, 올해도 전년 수준의 지출을 예고한 바 있다.

회계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1년간 금융상품을 매도해서 회사를 운영해 온 것"이라며 "그만큼 경영상 어려움이 커졌다는 것으로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차입을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연 이율 4.6%에 20조원을 빌리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다. (연합인포맥스가 2023년 2월 15일 오전 8시 40분 송고한 ""JY는 계획이 있구나"…삼성전자, 자회사서 20조 빌린 이유는" 제하 기사 참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투자 재원 조달 등을 위해 20여 년 만에 회사채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높은 신용 등급으로 발행 및 유통에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신용 등급은 무디스 기준 'Aa2'로, 우리나라 국가 등급과 같다.

IB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현재 자금 수준이라면 채권을 발행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며 "일단은 자회사와 해외 법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 우선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273조원의 매출과 16조9천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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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5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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