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주주환원 확대 차원
기발표 물량 129만5천411주 포함, 4월 소각 예정
배당정책 3년 연장, 배당수익의 60~70% 환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삼성물산이 마침내 자기주식 소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향후 5년 동안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보통주 2천471만8천99주(13.23%)와 우선주 15만9천835주(9.82%)가 대상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3조원에 달한다.

이를 계기로 주가가 반등할지 주목된다. 삼성물산 주가는 15일 종가 기준 11만1300원으로 2015년 9월 재상장 첫날과 비교하면 30% 이상 빠진 상태다.


◇자사주 전량 소각 결정, 발행주식총수의 13.2%

삼성물산은 16일 '주주환원정책 및 장래 사업계획 관련의 건' 공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확대 차원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당순이익(EPS) 개선으로 이어져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능가하는 최고의 주주친화책으로 손꼽힌다.

구체적인 소각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매년 이사회에서 규모를 정하기로 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만 첫 소각 물량은 이미 결정됐다. 이달 초 이사회에서 소각을 결정한 129만5천411주다. 과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을 반대했던 주주(일성신약)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작년 2분기 취득한 물량이다.

다음 달 주주총회를 거쳐 4월21일 소각 예정이다. 현행법상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확보한 주식은 5년 내 소각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 그간 발행주식총수의 13%(보통주 기준)가 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소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쉽사리 꺼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가가 적잖이 고민이었다. 2015년 9월15일 재상장 첫날 16만3천원(종가 기준)이었던 주가가 현재는 30% 넘게 빠진 11만1천300원(15일 종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1년 1월15일 장중 한때 16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주주들 사이에선 자사주 소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작년 초 '주식농부'란 별명으로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주주서한을 보내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박 대표는 지분 0.15%(27만3439주)를 보유한 주주였다.

그런데도 삼성물산은 신중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를 맡고 있는 '역할'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 등 오너일가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있으며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형태다. 지배구조가 '이재용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기업 입장에서 자사주는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다. 향후 필요시 우호세력에 넘겨 우호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혹시 모를 경영권 분쟁을 예방하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번에 결단을 내린 건 현 지분구조상 경영권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배당정책 3년 연장, 3년간 기존·신사업에 3~4조 투자

[출처:삼성물산, 전자공시시스템]



이날 삼성물산은 기존 배당정책을 향후 3년간 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을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매년 배당수익과 경영현황 등을 고려해 금액을 정하되 최소 주당 2천원은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3개년(2020년~2022년)동안 이미 실시해온 정책이다. 2021년엔 보통주 1주당 4천200원씩 총 6천928억원을 배당했고 2022년 몫은 주당 2천300원씩(총 3천764억원) 오는 4월 중 지급할 예정이다.

배당 재원을 배당수익으로 한정 지은 건 사업에서 창출한 현금은 '투자'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신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투자에 최우선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러한 투자 규모가 향후 3년간 3~4조원 가량 될 것으로 예상한다. 종속사까지 포함한 연결기준으론 7~8조원 규모다.

구체적으로 상품·서비스 고도화 및 디지털화 등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1조5천억~2조원 가량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바이오·헬스케어 신성장 동력 확보 같은 차세대 유망 분야 신사업 발굴 및 확대에 나머지 1조5천억~2조원을 쓰기로 방향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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