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아이엔씨, ESG·내부거래위 설치…이사회 중심 경영 속도

[※편집자주: DB그룹의 비금융 지배회사인 DB Inc.(DB아이엔씨)가 DB메탈을 흡수합병하는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옵니다. '5개 사업부문'을 갖춘 복합기업으로 새 출발 하기 위해서라는 회사 측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인데요. 지주회사 전환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이번 결정을 내린 이사회부터 논란이 되는 내용, 남은 과제를 3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DB그룹의 비금융 계열 지주사 격인 DB Inc.(DB아이엔씨)가 최근 DB메탈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인데 단순 사업 조정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비금융 지배구조가 'DB아이엔씨→DB하이텍→DB메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DB아이엔씨가 손자회사를 끌어안는 형태기 때문이다. 대주주는 그대로지만 크고 작은 지배구조상의 변화가 뒤따른다.

김남호 회장은 DB아이엔씨뿐 아니라 DB메탈 지분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합병 신주를 받아 DB아이엔씨 지분율이 오르고 그룹 지배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신주 발급에 따른 계열사간 신규 상호·순환출자도 생긴다. 회사 측은 이러한 점을 고려한 듯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출석이사 전원 만장일치 찬성…이사회 의장만 불참


21일 재계에 따르면 DB아이엔씨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DB메탈과의 합병안을 처리했다. 이사진은 오전 9시 강남구 DB삼성동빌딩에 모여 1시간 동안 안건을 논의했다. 화상 방식 아닌 대면 회의였다.

주요 안건을 상정한 자리였지만 김 회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불참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뜻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보긴 어렵다. 사내이사로서 사전에 충분히 관련 설명을 듣고 의견을 개진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나머지 이사 6명 전원이 참석해 의사 정족수가 충족(성원)됐다. 이들은 문덕식 대표를 임시 이사회 의장으로 호선했다. 부재한 김 회장이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사업다각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 마련 등을 위해 DB메탈과의 합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약조건 등 세부 내용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사들은 합병의 영향과 내용, 절차의 공정성 등을 검토한 뒤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ESG·내부거래위 설치안도 상정, 합병 후 '9인 이사회' 출범


이날 이사회는 합병안만 다루지는 않았다.

이사들은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논의했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고 ESG경영을 확대하는 등 지배구조 선진화 목적이다.

다양한 소위원회 설치는 외부 평가기관들이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 차원에서 적극 권고하는 내용이다. 전문성은 물론,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있어서다. 이는 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DB아이엔씨는 합병 이후 김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현재 43.82%에서 52.47%로 10%포인트(p) 가까이 증가한다. 김 회장 등이 DB메탈 주주로서 합병 비율에 따라 신주를 받기 때문이다.

오너의 지배력 강화는 안정적인 그룹 운영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회사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소위원회 설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DB아이엔씨는 이미 경영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만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가 있지만 선제적으로 조직을 꾸렸다. DB아이엔씨의 자산규모는 6월 말 기준 6천억원 수준이다.

이번에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며 이사회 내 위원회가 4개로 늘었다. 정관 제37조(위원회)도 그에 맞춰 수정했다.

 

 

 

 

[출처:DB아이엔씨]

 


이날 이사회는 위원 선임까지 진행했다. ESG위원회에는 문덕식 대표와 이동훈·윤용로 사외이사가, 내부거래위원회에는 오규원, 이동훈, 윤용로 사외이사가 각각 참여한다. 사외이사 중심으로 멤버를 구성한 셈이다.

합병 후 이사회에는 현 김경덕 DB메탈 대표가 사내이사로 합류한다. DB아이엔씨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5인, 사외이사 3인 등 8인 체제에서 사내이사 6인, 사외이사 3인 '9인 체제'로 변경된다.

DB메탈 역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이사회를 개최해 동일한 안건(합병계약서 체결 승인의 건)을 처리했다.

DB메탈 이사회엔 김경덕 대표를 포함한 사내이사 전원(4명)이 참석했지만 유일한 사외이사인 황경노 이사는 불참했다. 문덕식 감사는 DB아이엔씨 대표로서 같은 시간에 열린 임시 이사회 의장을 맡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안건은 출석 이사 전원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가결됐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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