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손실액 80조원 육박…투자전략 재검토하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기금의 지난해 총 운용 수익률이 -8.5%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199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래 연간 기준 가장 낮은 성적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국민연금기금은 총 -8.47%의 수익률을 최종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손실액은 80조원에 육박한다.

해당 수치는 이달 초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연찬회에서 처음 공개됐고 지난주 열린 올해 첫 투자정책위원회 회의에서 검토됐다. 이달 말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심의·의결될 예정이다.

지난해 연초 이후 11월까지 누적 수익률이 -4.93%를 기록해 회복세로 돌아서는 듯했지만, 작년 12월 글로벌 시장이 다시 한번 휘청거리면서 최종적으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 작년 12월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8.7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90%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달러-원 환율이 급락한 점도 국민연금에는 악재였다. 해외자산의 손실분을 고환율로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었으나 환율이 1,2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환차익 효과도 감소한 것이다. 12월 한 달간 달러-원 환율은 4.12% 떨어졌다.

-8%가 넘는 손실률은 기금본부가 출범한 이래 경험해보지 못한 연간 수치다.

기금본부 출범 이후 23년 중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로 국민연금기금은 운용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민연금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기금이 처음 설치된 198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6.76%였다.

손실을 보더라도 연간 손실률이 -1%를 넘긴 경우는 없었다. 지금껏 가장 수익률이 저조했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2018년의 -0.92%였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8년조차 총 수익률은 -0.18%로 선방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전과는 확연히 차이 나는 손실률을 찍은 만큼 향후 기금운용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국민연금이 의결한 '2023~2027년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 계획에 따르면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2027년 말 기준 주식이 55% 내외, 채권은 30% 내외, 대체투자는 15% 내외다. 향후 5년간 목표 수익률은 5.4%다.

연기금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에서 특히 타격이 컸는데 국민연금은 향후 해외주식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라며 "지난해 급격한 변동성과 그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경험했던 만큼 중장기 자산 배분 계획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올해 1월 들어 전 세계 주식 및 채권시장이 반등하면서 수익률이 회복하고 있다는 점은 국민연금으로선 위안거리다. 올해 연초부터 1월 말까지 기금운용 수익률은 3%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국민연금은 선방한 면도 있다.

네덜란드 연기금 ABP는 지난해 총 운용 수익률이 -17.6%를 기록했다고 지난 1월 공시했다. 총 기금자산도 2021년 말의 5천520억유로에서 4천590억유로로 급감했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인 GPFG도 지난해 운용 수익률이 -14.1%에 그쳤다고 지난달 말 공시했다. 반면 채권 비중이 큰 일본 공적연금(GPIF)은 연율 환산 기준 -4.8% 정도로 손실을 막았다는 점에서 올해 주요 연기금들은 위험 자산을 재평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전주 본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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