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감독 소홀' 대신증권 1심 벌금 2억원…유죄 배경은
"제안서에 없는 표현·미승인 자료 쓰는데도…확인절차 미흡"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판매 과정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대신증권이 유죄 판결을 받은 데에는 펀드상품 출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법원 판단이 있었다.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박예지 판사는 지난 14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신증권에 벌금 2억원을 선고하면서 "대형 증권사로서 갖춰야 할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을 지냈던 장모 씨는 2017~2019년 라임 펀드의 중요사항인 수익률과 위험성을 거짓 설명해 투자자 470여명에게 2천480억원 상당의 펀드를 불완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5월 징역 2년과 벌금 2억원이 확정됐다.

검찰은 대신증권이 직원에 대한 주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장씨의 펀드 불완전 판매 범행을 막지 못했다고 보고 양벌규정을 적용해 2021년 1월 대신증권을 기소했다.

대신증권 측은 재판과정에서 본사와 영업점을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준법교육을 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시행해 형사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소 2년 만에 나온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우선 상품개발을 담당하는 상품기획부가 라임펀드 출시 단계부터 펀드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상품개발 지침에 따라 고위험 상품의 경우 상품기획부에 조사의무가 부과되는데 라임이 제시한 자료와 기존 운용성과만 믿고 조사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라임펀드는 블라인드 펀드로, 투자 대상을 명확히 알 수 없고 손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펀드로 분류됐다.

또 장 전 센터장이 고객들에게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펀드를 권유하고 설명회에서 회사에서 승인받지 않은 설명자료를 사용하는데도, 이를 제재하는 절차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대신증권)은 반포WM센터에서 장기간에 걸쳐 사용된 다수의 미승인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영업점이 해당 자료를 보관하고 있거나 심의요청을 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이 이를 달리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자를 이용한 투자광고도 영업점장이나 컴플라이언스 담당자가 승인권자로 돼 있어 이 사건과 같이 영업점장이 문제 행위를 주도한 경우 방지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장 전 센터장 등이 투자자용 제안서나 상품숙지 자료에는 없는 '연 8% 이상의 준확정금리', '발생 가능한 위험을 0%에 가깝게 조정' 등 막연하게 안정성과 확정적인 수익률만을 강조하는 표현을 사용하며 펀드를 권유하는데도 이를 시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후 관리도 미흡했다. 라임펀드가 출시된 이후 수익률, 판매잔고, 기준가, 기존 펀드의 운용성과 등만을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리스크 점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거나 운영하지 않아 사용인인 장씨에 대한 주의와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해 장기간 장씨의 위반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미흡하게나마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 관리·감독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한 점, 투자자들 중 95%와 합의하고 보상금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 액수를 2억원으로 정했다.

d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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