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감일을 앞두고 SM엔터테인먼트의 자사주 매입이 시작되면서 시장에서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 SM엔터 지분 변화 예상
[출처 : 연합뉴스 자료 사진]

하이브가 주식 매입 단가로 제시한 12만원보다 높은 주가에 SM엔터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을 두고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주주총회 전까지 시간은 촉박하나, 가처분 결과가 발표된 이후 SM엔터가 카카오와의 협력 관계를 굳히고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주를 교환하는 시나리오를 고려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M엔터는 전날 3만1천194주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이는 전일 종가(12만6천300원) 기준 39억원어치의 양이다.

SM엔터가 지난 1월말부터 4차례에 걸쳐 매수한 자사주는 8만1천194주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SM엔터가 보유한 자기주식 수는 16만185주로, 최근 매입한 양을 더하면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1%에 해당하는 지분이 자사주에 해당한다.

하이브는 SM엔터의 자사주 매입에 즉각 항의하며 이사회 구성원에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

하이브는 "최근 12만원이 넘는 주가가 형성되어 있음에도 대규모의 회사 자금을 이용해 자기주식의 매수에 나선 행위는 순수한 주가 부양 및 주주 이익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없다"면서 "시세를 조종해 당사의 공개매수절차를 방해하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SM엔터 이사회가 하이브의 중단 요청 이후에도 자사주 매입을 지속한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추가로 자사주 매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8월 SM엔터가 신한금융투자와 맺은 자사주 취득 관련 신탁 계약 사항을 살펴보면, 단기적으로도 향후 10억원 가량의 추가 주식 매입이 가능하다.

다만 자사주 매입의 명분과 관련해 SM엔터는 쓸 수 있는 카드가 남아있다.

이번 주 SM엔터가 1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과 함께 거버넌스 정상화 이후 사업의 방향성을 발표하는 등 향후에도 주가를 올릴만한 내용을 외부에 여럿 공개한 만큼, 회사의 재무적 이익을 위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SM엔터는 3년 후 목표 주가로 36만원을 제시했으며, 이에 앞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SM엔터의 목표 주가를 줄상향한 바 있다.

아울러 기업들은 통상 주총을 앞두고 주주환원 정책 등을 수립하는 등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SM엔터가 자사주 매입 이후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구사할 전략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SM엔터의 현 경영진이 카카오와의 사업적 협력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자사주 스왑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상황이다.

자사주를 활용한 지분 스왑은 경영진이 우군을 확보하거나, 우호 세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할 경우 해당 지분에는 의결권이 없으나, 이를 제3자에 매각할 경우 인수자는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과거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합병할 당시 KCC에 자사주를 매각해 백기사를 확보했으며, 최근에도 대표 교체 이슈가 있는 KT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필요한 현대차그룹이 자사주를 교환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엠 합병 이후 보유 자사주 수가 크게 늘었는데, 잔여 자사주 중 대부분이 합병으로 취득한 기타 보유분(869만8천687주)이다.

지난 22일 소각을 결정한 189만7천441주와 교환사채(EB) 발행에 따른 잔여 교환 물량인 26만9천447주를 제외해도 655만주 가량이 남았다.

카카오의 전일 종가인 6만2500원 기준, 약 4천100억원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양사는 향후 음원 유통, 플랫폼 사업 등 전방위 부문에서 협력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가처분 결과 발표 이후 카카오의 지분 취득이 무산될 시 사업적 시너지를 자사주 교환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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