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진출 효과 두고 가상자산 독과점 해소 여부 엇갈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증권업계가 가상자산업 진출을 허용해달라는 뜻을 밝히면서 가상자산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내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메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가 하면, 새로이 지배력을 행사할 '고래'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기술 격차 메워야"…읍소하는 증권업계

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부서장은 '제6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에서 "(증권사들의) 향후 비증권형 토큰 사업 진출 근거가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담기길 요청한다"며 "디지털자산, 전통금융 간 기술 격차가 최소 2년 이상 차이가 나는데,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전통금융 기관에 부여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업계가 토큰증권 시장에 뛰어든 동기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이른바 '코인 광풍'이 불어닥쳤을 무렵, 당시 정부에서는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을 내놓으면서 전통금융권의 가상자산 직접 투자를 금지했다.

가상자산업에 뛰어들지 못하니 블록체인 등 거래소와의 기술 격차는 큰 폭으로 벌어졌다. 그 폭을 좁히며 경쟁력을 갖추려면 토큰증권 시장은 물론 가상자산업에 진입해야 한다는 게 그간 증권업계 입장이기도 하다.

석우영 KB증권 디지털자산사업추진단 부장 역시 이번 간담회에서 "토큰증권발행(STO)을 시작으로 디지털자산에 대한 다양한 사업기회가 증권사에 앞으로 생겨날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본다"면서 "고객 입장에서 전반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도록, 포트폴리오 편입가능자산의 범위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촉진하는 메기·새로운 지배자'…엇갈리는 시선들

이전부터 가상자산업계 일각에서도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고자 증권사 진출을 일부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업비트 독주 체제로 굳혀진 지 오래다. 지난 2020년 6월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이후 업비트는 20·30세대 투자자를 흡수하며 덩치를 키워나갔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일 기준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은 1조1천237억 원에 이른다. 원화마켓 점유율 2, 3위를 차지하는 빗썸과 코인원의 하루 거래량은 각각 2천561억 원, 5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자본과 인프라가 풍부하고 인지도 높은 증권사라면 비슷한 선상에서 경쟁을 펼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미 증권사는 가상자산 거래소 요건 중 하나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았고, 고객 계좌 역시 보유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서비스 등을 제공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 (증권사 입장에서) 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상자산 생태계를 지배하는 주체가 변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상자산 시장은 일반적인 시장보다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가 좀 더 큰 편이다.

일례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일일 현물 거래량은 13조 원인 반면, 파생상품 거래량은 35조 원에 달한다.

향후 가상자산 시장에서 파생상품 거래도 허용될 경우, 증권사의 진출로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파생상품에 대한 증권사의 업력을 기존 거래소들이 뛰어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가상자산시장은 결국 파생상품 시장이 주를 이루는데, 현재 가상자산 파생상품 수준은 1차원적인 단계"라면서 "금융적인 업력에 있어서는 증권사가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6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
출처: 연합인포맥스



joongjp@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