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위 개편·본부 서울 이전·공사화 등…현안 산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지시하면서 기금운용 개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작년 수익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큰 손실이 발생했다"며 연금개혁은 중요한 국가 개혁과제로 제도 차원의 개혁과 함께 국민 부담을 낮출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총 운용 수익률이 -8.22%, 손실액은 80조원에 육박하면서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이래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과 미·중 무역분쟁, 통화 긴축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내리막을 걸은 2018년을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국민연금이 작년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만큼 이를 계기로 기금운용 개혁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연금 개혁은 크게 보험료율 조정 등을 포함하는 제도 개혁과 기금운용 체계 및 전략을 개선하는 기금운용 개혁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제도 개혁은 보험료율 인상안을 놓고 국회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등 공회전하고 있어 정부는 기금운용 개혁에 우선 방점을 두고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금위 개편, 상대적 수월

기금운용 개혁은 두 갈래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지배구조 개혁과 기금운용본부 차원의 체제 개혁이다. 두 개혁안은 별개라기보단 기금본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개혁 과정에서 기금위도 자연스럽게 지배구조가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가지 사안 중 정부 입장에서 조금 더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은 기금운용위 개편이다.

기금본부 개혁은 기금본부의 운용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기금본부의 서울 이전 문제 등이 얽혀 있다. 기금본부를 별도 법인으로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해 공사화하는 문제도 20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현 정권에서도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기금위 개편은 인적 구성에 변화를 주는 사안이기 때문에 체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기금본부 개혁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만큼 정부로서도 더 접근하기 쉽고 변화를 줬다는 인상을 주기에도 용이하다.

물론 기금위 구성도 국민연금법으로 정하고 있어 이를 개정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기금위에 관한 요건을 다룬 국민연금법 제103조는 기금위가 현재의 인적 구성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금위는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의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당연직으로 두고 사용자 및 근로자 단체가 추천하는 위원 각 3명, 지역가입자 단체가 추천하는 위원 6명, 관계 전문가 2명 등 20명을 구성원으로 두게 돼 있다.

이를 기금운용 전문가들로 채우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민연금 안팎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기금위 회의에서 차관들은 불참하기 일쑤고 각 단체 추천으로 뽑힌 일부 위원은 안건을 깊이 있게 논의하지도 못한 채 자리만 채우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각계 의견을 듣는다는 이상은 좋으나 기금운용은 현실이고 기금위는 베테랑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논의하는 자리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기금위도 그렇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도 존재 이유가 의문"이라며 "복지부 차관과 주요 부처 국장들, 각 단체 추천 위원들이 모여서 기금위에 올라갈 안건을 사전에 검토한다는 취지인데 실무진에서 검토를 끝낸 사안에 대해 사실상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운용실무평가위는 기금위가 안건을 심도 있게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기구로 기금 운용성과 측정, 운용 개선 사항 등을 논의한다. 기금위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법 제104조에 따라 법률로 구성 요건이 정해져 있다.

새로운 기금위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처럼 소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 대안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위원장도 복지부 장관이 아닌 별도의 민간 전문가로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간 출신이 기금위원장을 맡아야 정부 입김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유다.

◇본부 이전·공사화 재점화될 듯

기금본부 개혁은 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기금 운용전략의 재검토는 차치하더라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본부 서울 이전과 기금본부 공사화 등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가 또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금본부의 서울 재이전은 때만 되면 나오는 단골 소재다. 전날에도 윤 대통령이 기금본부의 서울 이전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국민연금 이사장과 대통령실이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기금본부의 서울 이전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것은 운용역들의 잦은 이탈 때문이다. 전주에 본부가 있으니 고급 인력이 모이기 힘들고 잦은 이탈로 운용 성과도 부진한 것이라는 논리다.

기금본부 운용역은 정원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연금 공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운용역 현원은 319명으로 정원 380명의 약 84%만 채웠다. 전주로 본부를 옮긴 뒤 정원을 모두 채운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이를 근거로 인재가 모이려면 서울 재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직률이 잦은 것과 별개로 운용직 현원 자체는 작년을 제외하면 늘어나는 추세라 서울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운용직 현원은 2020년 말 288명 2021년 말에는 326명까지 증가했다.

기금본부 공사화 문제도 다시 공론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금본부의 공사화는 20년 가까이 이어진 논쟁거리다. 2004년 당시 정부가 기금운용공사 설립안을 처음 제시했고 2007년에도 보건복지부가 기금운용 체계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두 방안 모두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독립 상설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골자다.

공사화 문제는 국가 재정과 관련된 만큼 기재부도 대비하고 있다. 기재부는 작년 기금운용 개혁 업무를 담당하는 연금보건경제과를 신설하는 한편 기금운용 분리안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기금본부가 공사화하면 기재부의 관리·감독을 맡게 된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공사화 욕심을 낸다는 의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복지부가 키를 쥔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반면 기금본부 공사화에 대해선 국민연금공단의 일반직군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김태현 이사장이 취임했을 때도 국민연금 노조는 대통령실로부터 공사화에 대한 '주문'을 받은 게 아니냐며 출근 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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