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 전문위원회 상근 전문위원에 검사 출신 변호사가 선임되면서 전문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기금운용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는 시장의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3월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임 상근위원이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에 관여하는 수탁자책임활동위원회를 맡게 될 경우 연금사회주의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한석훈 법무법인 우리 선임변호사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의 상근전문위원으로 임명됐다. 기금위 산하엔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 등 3개 전문위원회가 있고 상근 전문위원은 각 위원장을 1년씩 돌아가며 맡게 된다.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8기로 서울고검·광주고검 검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상사법학회 부회장, 한국기업법학회 부회장 등도 맡고 있다.

한 변호사의 이같은 이력 때문에 전문성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국민연금 상근 전문위원직은 기금운용에 대해 전문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보강한다는 취지로 2020년 3년 임기로 신설됐고 상근위원들도 관련 분야의 전문가였다. 1기 전문위원은 오용석 전 금융감독원 연수원 교수, 원종현 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 신왕건 FA금융스쿨원장으로 구성됐다.

반면 한 변호사는 상법·기업법은 전문가지만 금융·연금 관련 경력은 없다. 지금까지 펴낸 책이나 논문도 대부분 기업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기금운용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전문위에는 한 변호사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한 변호사의 임명에 대해 "법령상 자격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연금법 시행령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전문위원회 상근 위원의 자격을 "금융, 경제, 자산운용, 법률 또는 연금제도 분야의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했던 사람"으로 규정하는 만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연금을 둘러싼 정치권과 업계에선 기금운용 전문위원마저 검사를 앉혔다며 윤석열 정부의 입김이 닿기 쉽도록 구축한 체제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 변호사가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3개 전문위원장 자리 중 수탁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탁위는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해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안을 검토·결정하기 위해 설치된 위원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함께 주주활동에 나서는 조직인 만큼 균형 감각과 독립성, 전문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한 변호사가 수탁위원장을 맡게 되면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고 있고 국민연금도 이사장이 나서서 코드를 맞춘 만큼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도 외부 압력을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전문위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연하게 포스코나 KT 등 소유분산 기업에 개입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국민연금 이사장마저 보조를 맞추는 상황"이라며 "주주활동에 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검찰 출신 변호사가 정부 입김에 따라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을 정하려 할 경우 기금본부 및 전문위원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수탁위와 함께 기금본부 투자위원회도 의결권 행사의 방향을 결정한다. 서로 일종의 견제 장치인 셈이다. 수탁위가 지나치게 정부와 보조를 맞추지 않도록 기금본부가 적절히 제동을 걸 수도 있는 구조다.

다만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도 정부로부터 기금의 독립성을 지키기보단 정부와 코드를 맞추는 데 힘쓰고 있어 기금본부 차원의 견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전문위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낳았던 전 정권보다 더 일방적으로 국민연금에 정부의 입김을 넣고 있는 것 같다"며 "기금본부 내부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기금 독립성이 갈수록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신사옥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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