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김경림 기자 = 삼성전자가 최근 1년 동안 그룹 관계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에 1조5천억 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증액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이 빈번한 상황에서 보기 드문 광경인데 지주사와 계열사라는 양측의 관계가 새삼 눈길을 끌었다.

9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년간 정정공시 내용을 살펴본 결과, 삼성물산은 12건 1조2천860억 원, 삼성엔지니어링은 8건 5천232억 원의 공사비 증액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발주처인 공사는 삼성물산 7건 1조1천74억 원, 삼성엔지니어링 6건 4천714억 원이었다. 둘을 합치면 모두 1조5천억 원이 넘는 공사비를 삼성전자가 지불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그룹 공사 물량이 큰 부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공사비 증액까지 이런 규모로 진행된 점은 이채롭다.

현대차 그룹 계열인 현대건설의 지난 1년간 기재정정 공시를 살펴보면 공사비 증액은 6건 6천110억 원에 그쳤다. 현대차 그룹 계열 공사는 전무했다.

GS건설 역시 12건 9천7억 원의 공사비 증액 공시를 냈는데 GS그룹 공사는 없었고 LG디스플레이 공사에서 41억 원의 증액 사례가 1건 있었다.

삼성전자의 경영 상황이 공사비 증액을 순순히 넘길 만큼 넉넉한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02조2천314억원으로 사상 최초 300조원을 넘겼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5.99% 감소한 43조3천766억원에 그쳤다.

TV 등 가전 수요는 물론 캐시카우인 반도체까지도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97% 급감한 2천700억 원에 그쳤다.

올해 전망도 녹록지 않다.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16조5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30조 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은 올해 1분기 첫 적자를 기록, 최소한 2분기까지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다. 일부 증권사들은 3분기까지도 영업적자가 지속할 것으로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라는 사실이 부상하는 대목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이 지주사인 삼성물산 지분을, 삼성물산이 다시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지분을 각각 17.97%와 10.44% 가진 대주주이며,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지니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52%와 5.01%를 보유함으로써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공사비 증액이 많은 데 대해 패스트트랙 공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공사는 전체 공사비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단계에서 진행된다"며 "공사 진행 상황을 살펴 최종 금액이 확정된다. 하이테크 공사 수주 잔고가 많지 않은 것도 이런 특징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계열사간 부당지원 이런 것은 이제 힘들다"며 "작년에 반도체 팹 투자가 많았는데 거기서 발생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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