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올해 중소형 기업공개(IPO)를 중심으로 온기가 돌면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공모 금액이 큰 대형 스팩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냉랭했다.

실리콘밸리(SVB) 사태 등 국내 증시를 억누르는 이벤트가 더해지면서 스팩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될 전망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5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스팩인 '케이비제24호기업인수목적(KB스팩24호)'이 상장을 철회했다.

올해 상장을 철회한 첫 스팩이다.

KB스팩24호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최근 공모 시장의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대표주관회사 등의 동의를 받고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KB스팩24호는 앞서 7~8일에 실시했던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부진하면서 철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KB스팩24호는 공모 금액 400억원에 발기인 물량 100억원을 더해 총 500억원 규모를 목표로 한 대형 스팩이다. 통합 KB증권 출범 이후 내놓았던 스팩 중 가장 큰 규모다.

최근 스팩 시장 열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공모 금액이 큰 대형 스팩까지는 온기가 전해지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올해 첫 대형 스팩 타자인 삼성스팩8호는 공모청약에서 1조7천79억원의 증거금이 입금되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상장 당일 공모가(1만원)를 밑도는 9천980원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 스팩에 대한 투자심리 가늠자로 언급됐던 삼성스팩8호가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다음 타자였던 미래에셋드림스팩1호가 직격타를 맞았다. 미래에셋증권이 내보인 공모 규모 7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스팩은 청약 경쟁률이 0.46대 1로 마무리됐다. 실권주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KB스팩24호의 경우 수요예측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8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인 발언의 여파로 국내외 증시가 급격히 꺾이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스팩에 대한 투자심리가 많이 냉각됐고, 지난 8일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발언을 하면서 더욱 부진해졌다"며 "KB증권은 시장 상황을 봐서 되도록 상반기 중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스팩은 투자자 모집 성적도 중요하지만, 상장 후 3년 이내에 인수합병(M&A)까지 이어져야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IPO도 대형이 안 되는 상황이니 스팩도 대형은 잘 안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여기다 SVB 사태로 국내 증시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스팩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직상장이 안 되는 기업들이 사실상 우회상장하는 길까지 막히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SVB 사태로 인해 전체적으로 시장이 경색되면서 스팩 시장도 전체적인 투심 위축에 따른 여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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