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정선영 특파원 =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일주일 이상 지났음에도 금융시장은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다.

음재훈 GFT벤처스(Global Frontier Technology Ventures) 대표
연합인포맥스

SVB 의존도가 높았던 실리콘밸리 현지의 벤처투자 업계는 어떤 일주일을 보냈을까.
1999년부터 20여년 동안 수많은 금융 위기를 겪으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성장과 함께해 온 벤처투자 캐피털리스트, 음재훈 GFT벤처스(Global Frontier Technology Ventures)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 대표는 21일(미국 현지시간) 연합인포맥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빠르게 은행이 문을 닫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벤처 투자도 예전보다 리스크 관리에 훨씬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VB의 위기설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업계에서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SNS) 메시징앱 등으로 빠르게 전파됐다.

SVB가 파산을 발표하고, 문을 닫는 과정도 예상보다 빨리 진행됐다.

이미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은행의 위기설이 확산한 만큼 SVB에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들은 앞다퉈 자금을 인출했다.

예전 같으면 은행 문 앞에 긴 줄이 며칠에 걸쳐 만들어졌겠지만 요즘 뱅크런은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인출이 이뤄지면서 속도가 더욱 빨랐다.


다음은 음 대표와의 일문일답.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지금은 기업들도 정리가 좀 됐지만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 SVB 의존도가 높아 난리가 났다. 기업들은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으로 자금을 분산했다. 이 결과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전에 신경 쓰지 않던 '거래 은행 다변화'가 주된 이슈가 됐다.

일반적으로 대형 은행은 종업원 수도 적고, 자본금이나 자산도 별로 없는 스타트업과 거래를 잘 하지 않는다. SVB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스타트업 뱅크로 포지셔닝을 잘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실리콘밸리의 성장과 함께 커나갈 수 있었다.

미 연방정부가 예금자 보호 조치를 내놓으면서 안정화돼 지금은 직접적 피해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SVB, 시그니처뱅크 파산이 새로운 금융위기 요인이 될 가능성은.
▲장담은 못 한다. 실리콘밸리은행만 보더라도 지역은행이고, 테크 사업에 특화돼 있어 큰 여파가 있겠나 생각했지만 타이밍이 문제였다. 뱅크런은 심리적인 영향이 큰 터라 확신할 수 없다.

은행 관련 이슈가 많아 불안해하고 있다. 지금 근본적인 이슈는 자산 가격이 버블인 상황에서 늘어난 자산이 과연 현재 시점에서 장부가만큼 되는가 하는 의문이 모든 은행에 있다는 것이다. 이자율이 오르면서 주식과 채권 가치가 떨어졌고, 특히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기 자산의 장부가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 갭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스타트업과 벤처산업 투자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나.
▲있을 수 있다. 리스크관리를 예전보다 훨씬 신경 쓰게 될 것이다. 우리도 그 부분을 간과하지 않겠다. 거래 은행 분산은 기본이고, 자산관리를 할 때 지금도 보수적이지만 더 보수적으로 할 것이다. VC 투자사들이나 스타트업들도 예전에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왔다. 예를 들면 장기채에 돈을 넣거나 현금화가 바로 되는 자산에 돈을 넣었다.

이번에 SVB가 7년물 미 국채에 투자한 것은 보수적으로 관리한 것임에도 장기로 해서 손실을 봤다. 이렇게 되면 채권을 아예 안 할 가능성도 있다. 현금성 자산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투자사들도 현금 관리를 물어볼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에는 스타트업 투자 시 그런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모든 스타트업의 현금 관리도 재점검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 영향은 어떤가.
▲펀딩이 어려워진 건 6개월 전부터 이미 발생했다. 이런 문제로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투자사들도 신규 투자를 고려하기보다 이미 투자해놓은 업체들부터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외부적으로 신규 펀딩을 받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앞으로 전망은.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주의하게 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벤처캐피털은 전체 시장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고, 매크로 경제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은행 파산의 영향을 봐야 하겠지만 어떤 투자사든 투자를 계속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다만, 투자할 수 있는 잣대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음재훈 대표는 맥킨지 컨설턴트를 거쳐 1999년 싱가포르의 글로벌 VC회사인 바텍스 매니지먼트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후 2003년에 실리콘밸리에서 삼성벤처투자 초대 미주사무소장을 지냈다. 음 대표는 2007년에 트랜스링크 벤처캐피털을 공동 설립했으며, 지난 2021년 엔비디아 부사장 출신의 제프 허브스트 대표와 함께 GFT벤처스를 공동 창립해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전문가로 수많은 스타트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서울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고,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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