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외국인의 10년 만기 국채선물 일일 순매수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역대 최대치를 2주 만에 갈아치우면서 외국인의 추세 자체가 매수로 돌아오는 것인지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4일 연합인포맥스 국채선물 투자자 추이(화면번호 3881)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일 10년 만기 국채선물(LKTB)을 1만2천863계약 순매수했다. 이들은 개장부터 시작해 장 마감까지 꾸준히 매수 규모를 늘려나갔다.

3일 10년 국채선물 투자자별 매수 추이


외국인이 하루에 LKTB를 1만계약 이상 순매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역대 외인의 LKTB 1일 순매수 규모를 확인하면 1만계약을 웃돈 것은 총 네 차례인데 이 중 2021년 7월 12일(1만222계약), 2022년 8월 29일(1만756계약), 올해 3월 20일(1만1천453계약)과 4월 3일(1만2천863계약)이다. 지난달 20일 외국인이 10년 선물 순매수 규모가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한 지 약 2주 만인 지난 3일 재차 최대치를 갈아치운 셈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최근 외국인이 10년 선물을 대거 매수한 배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초고속 파산 이후 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인수되는 등 은행 시스템 위기가 부각됐다. 도이체방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거나 찰스 슈왑의 투자 의견이 하향되는 등 파장이 어디까지 퍼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침체 리스크까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원유를 감산하겠다고 밝히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외국인이 10년 선물을 1만계약 넘게 매수했던 지난달 20일도 CS AT1 채권(신종자본증권)을 보유한 일부 아시아 은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던 시점이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장기채권금리 상승을 매수 기회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마치 볼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하나씩 테스트해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가장 예민한 금융위기 리스크까지 봤으니 (경기침체는) 정해진 미래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날 OPEC+ 원유 감산 소식에 대해서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공급조절이 가격을 올릴지 혹은 추가로 더 경기를 망가뜨릴지 주목해야 하는데 결국 후자로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10년 선물 매수 규모가 2주 만에 역대 최대 규모를 재차 갱신한 것을 두고 추세 자체가 변화한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한국의 물가 레벨이 높지 않으며 금리를 더 올리기도 쉽지 않고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빠르게 경기가 둔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외국인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은 추세적으로 운용을 한다"면서 "경기에 대해 이처럼 베팅하면서 당분간 포지션을 쌓아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외인 선물 매수가 국채 입찰에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3일에는 국채 30년물 입찰이 있어 국내 기관의 매도세를 외인이 모두 받아내면서 매수세가 급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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