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최근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4% 내외에서 오르내린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상단인 5%보다 160bp가량 낮다. 역대 최대 금리 역전이다. 국내외 현역 시장참가자들은 실질적으로 처음 체감하는 숫자인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19년 8월과 함께 최근 장기물 금리가 초단기인 기준금리(RP 7일물 금리)를 가장 크게 역전하고 있다. 두 부문의 스프레드(금리차) 역전이 가장 심했을 때는 지난 2월 3일(-35.2bp)이다.

이때부터 도미노가 시작됐다. 당시 모든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았기 때문에 이보다 금리가 높은 주요 채권들은 우선 매입 대상이 됐다. 그렇게 통화안정증권(통안채)과 특수은행채·공사채 금리가 내려갔고,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까지 퍼졌다.

가다가다 갈 데가 없으니 기준금리 수준에서 어느 정도 수익률이 약정되는 예금을 넘어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 환매조건부증권(RP) 등까지 자금이 이동했다. 민간경제주체의 초단기 조달금리인 RP가 저공비행을 하니,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역전'이 화두가 된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얘기가 좀 과격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유동성 관리에 실패했다든지, 시장의 인하 기대가 허무맹랑하다든지, 당국발 부작용이 심하다든지라는 식이다. 시장을 망가뜨린 '마녀'를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시장금리 역전이 '인하 기대'에서 시작된 것은 어느 정도 합당하다. 하지만, 이는 늘 있는 일이다. 미국도 유동성이 좋은 국채부터 베팅이 출발한다. 결론적으로 시장은 항상 선반영에 대한 책임을 졌고 그에 따른 자본손익은 기관투자가들의 '제로썸(zero-sum)'으로 마무리 짓는다.

여러 차례 지적됐던 국내외 특수성도 존재한다. 코로나를 포함해 레고랜드 사태 때 풀린 당국·민간 유동성에 채권 수급 조절 대책 등 말이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실리콘밸리은행(SVB)·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의 직격탄도 있었다. 은행이 망하는 와중에 초단기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자명했다. 주식·원자재·가상화폐 등이 채권 대비 언더퍼폼하는 현실은 개인투자자들도 빠삭하게 알고 있다.

보통 유동성에서 파생된 이상 현상은 머지않아 제자리를 찾아간다. 장기간 이어지면 베네수엘라처럼 인플레이션이 폭등하거나 디폴트(채무불이행)이 나거나 하기 때문이다. 마찰적인 시장 지표가 보여주는 경제 현상에 옳고 그름을 따지면 부작용이 심해지는 법이다.

어쨌든 지금은 단기자금시장이 어지럽기 때문에 연합인포맥스는 국내 자금중개 3사 원화자금 헤드들에게 혜안을 듣는 릴레이 인터뷰를 했다. '[롤러코스터 유동성]' 시리즈로 공개했다. 시장 포지션이 없는 이들은 정상화를 서두르지 않으면서 어느 곳도 탓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공통으로 전했다.

인터뷰에 실리지 못했지만, 또 하나 공통으로 인식한 것이 있다. 유동성을 관리하는 한국은행 시장운영팀이 지난 레고랜드 사태 때 정말 잘했고, 지금도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의 '슈퍼 갑'이자 '파티 브레이커'인 한은이 단기금리를 끌어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반시장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 맞느냐는 근본적인 물음과 맞닿아 있을 뿐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영향력이 무차별하다는 금리의 속성이 극심한 변동성과 함께 잊힌 것 같다"며 "시장에서 만들어진 금리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 관치를 인정하는 것인지 시장이 덜 성숙했다는 것인지 어느 쪽도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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