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윤은별 기자 =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전세계가 파편화(fragmented)되면서 다자 체제, 다중 이해자(multi-stake holder)들이 이끄는 세계로 변할 것이라면서 한국이 지역, 글로벌 연결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전 총재

세계 경제연구원(IGE)은 26일 '지정학적 도전, 기후변화 위기, 그리고 세계 경제 미래'를 주제로 창립 30주년 기념 특별 국제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글로벌 무질서와 한국이라는 오전 세션을 통해 졸릭 전 총재는 "전세계적으로 인구통계학적 변화, 에너지 전환, 안보 및 팬데믹, 기술적 혁신 및 생산성 향상 등 다섯 가지 추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세계가 다자 체제, 다중이해자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졸릭 전 총재는 한국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역 그리고 글로벌 연결성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명예원장도 미국과 중국의 경쟁 관계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향후 30년을 살펴보면 핵심적인 이슈는 바로 경쟁"이라면서 "세계 경제 리더십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 결과가 최종적인 모든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버그스텐 명예원장은 "한국은 중견국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완전히 끼어 있다"면서 "한국 국익에 있어 건설적인 해법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정을 채택한다거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다자간, 지역적 차원에서 우방국,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 무역 간 차이를 해소해나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버그스텐 명예원장은 한국이 독특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세계 무역체제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국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글로벌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에 한국이 앞서나가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도 "전세계 미래의 중심에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헤게모니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글로벌 무질서 속에서 한국이 생존 협력 전략을 구현해서 극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다툼과 관련해 미국 반도체 법안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를 역임한 바 있는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학교 시니어 펠로우는 "반도체 기계를 자급자족하면서 모든 칩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미국의 목표는 달성하기는 비현실적이고 어렵다"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 완벽한 디커플링을 하기보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분야를 핵심 마당으로 선정한 뒤 경쟁하여 우위를 점하는 스몰야드 하이펜스(small yard high fence)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미국이 대량생산으로 리쇼어링까지 성공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대만, 한국, 일본 등에 공장을 잘 운영하는 등 동맹국 간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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