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나를 믿어라, 현금은 쓰레기가 아니다"


◇현금 중요성 강조한 2023년 버핏…중장기채 단 6%

올해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날 오전 9시 15분이 되자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2명의 경영진과 함께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 버핏은 '현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영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10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참관기에서 "올해는 현금을 많이 가지고 가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발언했다"며 "버핏이 증시 전망을 그다지 밝게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버핏은 계열사 전반적인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안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그래서인지 1분기에는 작년에 늘렸던 셰브런 주식을 일부 팔았고, 현금성 자산도 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현금 보유량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2008년처럼 좋은 기회가 분명히 올 것으로 생각해 현금을 많이 들고 간다"고 답했다며 기준금리 5% 선에서 현금성 자산을 1천300억 달러 가까이 가지고 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투였다고 전했다.

박 연구원이 흥미롭게 짚은 점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다. 최근 한국에서는 장기채권 매수에 대한 시장 관심이 매우 높은데, 버크셔의 포트폴리오는 완전히 거꾸로라고 소개한다.

1년 만기 초단기 채권에 61.2%(138억3천만 달러)가 쏠려있고 1~5년 단기구간 채권은 32.6%(73억7천만 달러) 비중을 차지했다. 5년 이상 중·장기 구간 채권 비중은 고작 6%밖에 되지 않았다.

박 연구원은 "이것은 장기채를 사라는 일각의 의견에 전혀 동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함께 현재 시장의 일드 커브에 대한 회의적 견해를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부동산 투자 회의적이지만…부동산 중개업은 관심

버크셔 해서웨이의 백미인 질의응답(Q&A) 세션에서 첫 질문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묻는 내용이었다.

Q&A는 오후 4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진행하는 주주총회 직전 오전 2시간 30분, 오후 2시간 30분 등 총 5시간 동안 열린다.

버핏은 "결국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고 답했다. 그는 주주총회 때 부동산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부정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대출기관을 통해 부풀려지는 리스크와 불분명한 수익 추정 등 부동산 개발의 속성과 부동산이 가진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구매자는 언제나 판매자보다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버핏이 관심을 두는 부동산 기업은 미국 2위 부동산 중개업소인 '홈서비스 오브 아메리카'라고 신영증권은 소개한다.

버핏은 부동산 중개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언제나 집을 갖고 싶을 것이고 따라서 집을 사고파는 일은 지속될 것"이라며 "부동산 거래는 인생에 있어 가장 특별한 경험 중에 하나로,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브랜딩한 버핏…주총 참석 방법은

인구 48만명의 조용했던 도시가 버핏 주주총회를 앞두고 3만여명이 군집하며 깨어났다. 주주총회 전날인 지난 5일부터 CHI 헬스센터에는 주주들만 참석할 수 있는 바자회가 열린다. 오전 11시부터 주주총회 입장권인 크리덴셜(credential)을 교부한다.

버크셔 해서웨이 B주가 찍힌 잔고 증명서를 보여주면 1명당 4개까지 수령할 수 있다. A주는 50억 달러, 한국 돈 6억원에 육박하고 의결권도 B주의 1만배이기 때문에 행사장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다 B주를 보유한 주주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주주명부 폐쇄일에 대하는 기준일인 지난 3월 8일 이전에 주식을 매수한 사람들만 주주총회에 참가할 수 있지만, 워낙 사람이 밀려들다 보니 날짜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CHI센터에서 첫째날은 바자회와 기념품 행사, 둘째날이 메인 주주총회, 셋째날은 5km 마라톤 행사가 진행된다.

바자회에서는 '이게 바로 워런 버핏이 제일 좋아하고 자주 먹는 초콜릿'이라며 호객 행위를 했다. 사람들은 실물 크기로 제작된 버핏 캐리커처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박 연구원은 "브랜드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버핏이 이제는 자신을 브랜드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천적으로 숫자에 강하고 계산을 즐겼던 버핏이지만,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건 결국 '숫자가 아닌 마음'이라는 걸 알아챈 것이 어쩌면 그의 투자 인생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송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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