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달러-위안(CNH)이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하면서 박스권에 갇힌 달러-원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중국 외환 당국의 '무개입'이 더해지며 위안화 약세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랠리가 끌어 올린 원화 자산의 투자심리가 진정된다면 달러-원도 달러-위안을 따라 상승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국내 외환 당국 개입 등을 이유로 당분간 추가 상승보다 레인지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도 만만찮다.

올해 달러-위안(CNH, 빨간색)과 달러-원(파란색)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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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역외 달러-위안(CNH)은 지난달 31일 7.1341위안을 기록하면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방 압력을 받던 달러-원도 위안화와 동조해 장 막판 급하게 레벨을 높여 1,327.20원에 마감했다.

이날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부진하게 발표된 영향이다. 중국의 5월 제조업 PMI는 48.8을 기록해 전망치(51.4)와 전달치(49.2)를 밑돌았다.

달러-위안은 지난달 17일 7위안을 넘긴 뒤 연이어 상승 중이다.

중국 외환 당국의 개입 움직임도 없어, 위안화 절하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매 거래일 오전 10시 30분 무렵 이뤄지는 중국 당국의 위안화 픽싱은 최근 역외 달러-위안 상승에 비해 크게 낮지 않은 가격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위안화 픽싱 역시 전 거래일 역외 달러-위안 시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7.0812위안에 이뤄졌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외환시장 개입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위안화 약세 폭이 커지며 최근 레인지 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달러-원에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급등한 달러-위안에 비해 달러-원의 움직임은 제한되고 있어, 위안화와 키를 맞출 추가적인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원화는 지난달 중 달러화 대비 0.79% 절상됐지만, 위안화는 2.18% 절하됐다.

특히 최근 달러-원 상단을 제한한 요인은 엔비디아 주가 급등에서 시작된 반도체 랠리가 삼성전자 등에까지 이어진 데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 급증이다. 중국 증시 약세에 비해 한국 증시는 호조를 보이며 원화가 지지 되고 있어, 증시의 향방이 원화를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은행 딜러는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종목의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달러-원 상승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순매수가 끊기고 커스터디 매도 물량이 사라지는 순간이 오면 달러-원도 달러-위안을 따라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B은행 딜러는 "위안화 약세가 진정되고 있지 않은데 원화만 마냥 버티고 있기는 부담스럽다"면서 "특정 모멘텀이 생기면 위안화를 따라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은행 딜러는 "최근 긴 시계로는 위안화 약세 폭에 비해 원화 약세 폭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일처럼 주요 지표 발표 시에 장중 위안화 흐름에 크게 동조하고 있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외환 당국 개입, 그동안의 원화 약세 되돌림 등으로 위안화만큼의 약세를 보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 당국의 미세 개입은 달러-원이 1,320~1,330원일 때도 종종 등장해왔다.

A은행 딜러는 "최근 글로벌 통화 중에서 원화만 강세라고 보긴 어렵고 그동안의 약세를 되돌리는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도 당장 순매수한 부분을 토해내진 않을 것"이라면서 "비교적 자주 보인 레벨인 1,330원부터 10원마다 당국이 버티고 있는 점 등은 원화 약세 쏠림을 쉽게 전망하기 어려운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e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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