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평기기준에 '조정유동성비율'을 신설하면서 권고비율 100% 이하로 떨어진 증권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거래증권사에서 탈락할 요인까지는 아니겠지만, 수수료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증권사 평가등급이 하향할 우려에서는 비껴가기 힘들 전망이다.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평가항목 '조정유동성비율' 신설…우발채무·유동성 점검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각 증권사에 내년부터 국내주식 거래증권사(일반거래) 평가기준에 조정유동성비율을 추가하겠다고 전달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7일 단독 송고한 '국민연금, 증권사 '조정유동성비율'도 본다…부동산PF 부실 대비' 제하의 기사 참고)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국내주식 거래증권사를 현재 36곳에서 26곳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발표될 평가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조정유동성비율이 100% 이하로 내려갔거나 근접한 증권사들은 지표 관리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조정유동성비율은 일반유동성비율(유동성자산/유동성부채)에 우발채무(채무보증)를 포함하는 개념(유동성자산/(유동성부채+채무보증)이다. 금융당국은 조정유동성비율이 100% 이하로 내려가면 관리 대상으로 삼는다.

국민연금은 증권사 조정유동성비율 지표를 살펴봄으로써 장래 채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우발부채와 유동성 관리 상황을 동시에 점검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호황기 적극적으로 취급한 PF 사업과 해외 대체투자 등으로 인해 우발채무 위험을 지적받고 있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를 거치면서 단기금융시장 변동 대응력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졌다. 유동성 긴축 기조로 인해 앞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유진 조정유동성비율 '비상'…다올·메리츠도 '아슬아슬'

현재 국민연금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가운데 올해 3월 말 기준 조정유동성비율이 100%를 밑도는 증권사는 유진투자증권(95.9%)과 한국투자증권(97.6%)이다. 두 증권사의 경우 일반유동성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높아졌지만, 부동산경기 악화 여파로 우발채무 규모가 커지며 조정유동성비율은 낮아졌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부터 금융당국 관리비율 100%를 밑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ABCP 매입확약 등 우발부채가 총 6천709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비중(69.1%)이 업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부동산PF 중심으로 우발채무가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 중 채무보증 건 일부가 신규 요주의자산으로 분류되며 우발부채 현실화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내내 조정유동성비율이 100%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부터 100%를 하회하기 시작했다. 셀다운 미매각 포지션이 다소 증가했고 일부 브릿지론 중심으로 매입확약 실행이 이루어지며 우발부채가 증가세를 보인다.

이외에 다올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3월 말 기준 조정유동성비율이 각각 101.5%, 101.7%, 102.6%, 103.3%로 권고비율에 근접한 상황이다.

다만 조정유동성비율은 끌어올리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지표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조정유동성비율이 94.8%로 100%를 하회했다.

10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탈락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100점 만점 가운데 10점을 차지하는 재무안정성 평가항목 중 일부이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유동성비율 자체는 3개월짜리 자산·부채만 고려하면 되다 보니 유동성 이자 비용을 감안하면 맞추기가 어렵지 않다"며 "관리 의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신용평가사 다른 관계자는 "대형사도 PF 익스포저가 자본 대비 비중이 작을 뿐이지 규모 자체는 크고 해외 대체투자 등도 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우발채무 리스크는 사별로 살펴봐야 한다"며 "증권사 규모보다는 각 사 영업 형태에 따라 조정유동성비율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ESG 노력·금융당국 제재 여부 관건

내년부터 반영될 거래증권사 평가기준 변경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요성이 더 부각된 만큼 ESG 관련한 노력 등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내년 거래증권사 평가기준안에서 ESG 배점을 5점에서 10점으로 확대했다.

감독기관 조치도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평가항목에서 배점이 5점이지만, 거래증권사 퇴출 여부 결정에서 영향이 크다. 앞서 하나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금융당국 제재 영향으로 올해 1분기 거래증권사 풀에서 제외됐다가 올해 2분기부터 복귀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SG 평가항목에서 조건이 강화되거나 신설된 항목이 있어 신경 써야 한다"며 "금융당국 제재는 피해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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