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사모 시장에서만 주로 운용돼왔던 손익차등형 펀드가 공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자, 종합운용사도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 경쟁으로 수익원에 대한 고민이 컸던 운용업계로서는 환영할 일이나, 종합운용사 입장에서는 진입할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어 관련 시장의 파이가 커질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손실의 일부는 운용사가'…주목받는 손실차등형 펀드

1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은 손익차등형 공모 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신한운용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맞춰서 할 수 있는 여건은 이미 마련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손익차등형 펀드는 선순위와 후순위로 분리한 뒤, 손실이 발생하면 후순위 투자자가 이를 떠안는 상품이다. 대신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날 경우 후순위 투자자가 그만큼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이전에는 후순위 투자자를 따로 모집했지만, 최근 들어 펀드 운용사들이 후순위를 자처해 손실에 책임을 지는 분위기다.

손익차등형 펀드는 그간 사모 시장에서만 운용됐으나, 올해 VIP자산운용이 공모시장에서 이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VIP운용은 지난 2월 'VIP 더 퍼스트(THE FIRST)' 공모 펀드를 출시해 하루 만에 300억 원어치의 물량을 완판시킨 바 있다.

손익차등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됐던 국내 증시는 연초 이후 17% 이상 상승하는 등 강세를 띠었다.

연초 이후 주요국 증시 지수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하지만 정책 금리의 방향성과 인플레이션 등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주식에 투자하고 싶지만, 변동성에 따른 손실을 우려했던 투자자들에게 손익차등형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 셈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손실을 일정 부분 보존해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는 듯하다"면서 "최근 기관에서도 손익차등형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 펀드 선전은 환영…파이가 커질지는 '글쎄'

공모 펀드의 부활은 운용업계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하다.

그간 운용업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수익이었다. 공모 시장의 축이 ETF로 점점 옮겨지고 있는데, ETF 운용 보수 자체도 적을뿐더러 보수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산운용사 펀드 수탁고는 전 분기 대비 39조6천억 원 늘었는데,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주식형과 채권형 상품에서도 각각 4조9천억 원, 3조6천억 원 증가했다. 펀드 수수료는 전 분기보다 301억 원이 줄어든 7천336억 원을 기록했다.

ETF보다 비교적 보수가 높은 액티브 펀드 등 공모 펀드가 다시 눈길을 끌게 된다면 그 고민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공모 펀드 시장의 파이가 커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왔다.

소규모 운용사의 경우 ETF 등의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있어 공모 펀드를 공략할 수 있다지만, 이미 ETF 등에서 자리를 잡은 종합운용사 입장에서 공모 펀드에 진입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자 니즈도 ETF로 쏠린다는 점도 한몫한다.

자산운용사 다른 관계자는 "ETF를 제외한 공모 펀드 시장은 침체기로 접어든 지 오래"라면서 "이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중, 대형 운용사 입장에서 해당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할 이유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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