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작년부터 중국과 홍콩 펀드들이 도쿄에 잇달아 사무실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갈 곳 없는 글로벌 자금이 엔저와 맞물리면서 도쿄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올해 들어, 특히 2분기부터 일본 닛케이지수가 급등하면서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 사모펀드 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외국계 헤지펀드의 '핫머니'가 유력한 동력이라고 진단했다.

지난주 도쿄에서 만난 글로벌 컨설팅회사의 사모펀드(PE) 부문 아시아 헤드는 닛케이지수 급등 배경이 무엇이냐고 묻자 첫 마디로 중국과 홍콩의 펀드들을 지목했다. 지난해부터 헤지펀드를 포함한 중국과 홍콩의 사모펀드들이 일본 시장을 주목하며 도쿄에 사무실을 열었는데 때마침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자금이 대거 밀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홍콩에 중국 체제가 도입되면서 싱가포르로 이탈하는 금융기관이 많아졌지만, 도쿄에 자리를 잡는 펀드들도 대거 늘어나고 있다"며 "역사적인 엔저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글로벌 핫머니가 일본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 펀드들이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이유는 일본 기업의 체질이 본격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올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작년 글로벌 증시가 조정받은 이후 주요국 지수는 급반등했는데 일본은 회복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갈 곳 없는 자금이 몰렸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작년 중반 3,500선까지 밀렸다가 이번 달 약 4,500선까지 약 28% 급반등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도 3,300에서 약 4,400까지 33% 튀었다. 비슷한 기간 일본 닛케이지수도 26,000선에서 35,000선까지 뛰었는데 이 또한 상승률이 약 28% 수준이다.

이 가운데 닛케이지수는 약 20%의 상승세 지난 석 달 사이에 나타났다. 결국 닛케이지수만 급등하며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다른 선진국 지수와 키 높이를 맞춘 것에 불과한 면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기업이 제대로 체질을 개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갈 곳 없는 핫머니가 밀어 올린 닛케이지수이기 때문에 꾸준히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에서도 닛케이를 끌어 올린 것은 투기자본의 초단타 자금이라며 급락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20일자 기사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바이 재팬' 현상이 일본 증시를 밀어 올리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상품거래자문(CTA)이나 고빈도매매(HFT)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들이 단기 시세를 크게 좌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TA는 헤지펀드 전략 중 하나로 한 방향(directional)으로 시장 추세에 편승하는 전략이다. 일본 증시에 '롱 베팅'한 투기 자금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닛케이도 급격히 상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닛케이는 "5월 중순 이후 해외 투자자들의 순매수는 엔화 약세가 빠르게 진행된 시점과 일치한다"며 "일본 기업들의 이익 전망은 기존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펀더멘털에 기반한 장기 투자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홍콩뿐만 아니라 미국계 헤지펀드들도 연이어 도쿄 시장을 노리고 있다. 세계에서 잘나가는 헤지펀드 중 하나인 미국 시타델도 올해 안으로 도쿄에 사무소를 다시 열 계획이다. 또 다른 미국계 거물 헤지펀드인 포인트72는 올해 일본 사무소의 인력을 20% 이상 늘릴 예정이다.

시타델의 켄 그리핀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얼마 전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고 주주들의 성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일본에 진입하기에 매우 흥분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진정호 기자)

도쿄증권거래소
[촬영 이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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