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분석해봤자 뭐해요. 팬덤 타고 날아가는 종목을 보면 허무해지는 거죠"
올해 들어 종목에 대한 냉정한 분석보단 한 종목 또는 테마에 대한 맹목적인 '팬덤 투자'에 의해 주가가 상승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이사(CEO)가 말발로 투자자들이 열광할만한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면 '꿈'이 주식에 반영되는 '주가꿈비율(PDR)'의 시대가 재부상했다. 현재 주식판 뉴진스와 아이브는 2차전지와 반도체다.

두 업종을 PER과 PBR 기준으로 고평가됐다고 평가한 주식 운용역들은 펀드 수익률 순위에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에코프로 관련 주식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4월부터 에코프로를 시작으로 2차전지 기업 주가가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증권가 연구원은 "에코프로의 현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고 운을 뗐다.

에코프로를 맹신하는 투자자들에게 각종 협박 메일을 받을 것을 각오한 그의 소신 발언을 시작으로 에코프로에 대한 고평가 의견이 이어졌다. 뒤이어 에코프로비엠에 대해서도 "위험-보상 관점에서 단기간 투자 매력도가 하락했다"며 투자 의견 하향 조정이 나왔다.

그 직후 에코프로 주가는 조정을 받았다. 82만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49만9천원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이내 반등하며 재차 76만1천원까지 올라왔다. 2차전지 대세론은 쉽게 꺾이지 않은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올해 상반기 펀드 수익률은 에코프로 관련 주식을 담았느냐 아니냐에서 갈릴 거다"라며 "2차전지나 반도체 종목을 오버웨이트(초과 매입) 하지 못했다면 연초 이후 성과가 하위권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7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5350)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연간 수익률 상위 5위 펀드는 모두 2차전지 또는 반도체 관련 종목을 대거 담고 있다.

TIGER KRX 2차전지K-뉴딜레버리지, KBSTAR 2차전지 액티브, 우리G 기업가치향상장기, 다올KTB VIP밸류, 다올KTB VIP스타셀렉션 순으로 연간 수익률을 각각 84.69%, 50.80%, 48.03%, 43.46%, 43.07%를 기록하고 있다.

수익률 1위 펀드인 TIGER KRX 2차전지K-뉴딜레버리지는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종목 중 2차전지 산업군 내 대표기업 10개 종목으로 구성 종목으로 한다. 지난달 말 기준 포스코퓨처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LG화학,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비중이 각각 30.20%, 23.76%, 21.34%, 10.45%, 3.70%, 3.55%다.

공모펀드보다 적극적으로 주식을 운용할 수 있는 사모펀드 한 운용역은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종목이 과열됐다고 생각했지만, 대세를 무시할 수는 없다 보니 일정 비중 유지해놨다"며 "그 덕에 목표 수익률을 지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자산운용사 공모펀드 운용역들도 지수 추종보다는 각자 주력하는 종목을 강하게 담으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전언이다. 예전에는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이 코스피200을 중심으로 하되 좋은 종목에 일부 배팅하는 운용 방식을 주로 이용했지만, 지수와 수익률이 별 차이가 없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굳이 펀드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이미 개인투자자가 떠나가고 기관투자자가 주로 남아있는 공모펀드 시장에서, 공모펀드 운용역들이 지수를 벗어나 강하게 운용하기도 어렵다. 기관들은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펀드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공모펀드 매니저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며 "요즘은 자기가 좋다고 보는 종목에 몰방하는 매니저들이 살아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송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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