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올해 2분기 들어 전 거래일까지 외국인이 순매수한 우리나라 국고채는 20조3천억원가량이다. 서울채권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된 이래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그동안은 순매매로 한 분기에 20조원 이상을 사들인 적이 없었다.



최근 원화 국채는 여러 가지 변수에 휩싸였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은 커졌고 성장률에 대한 걱정도 제기됐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번 분기 직전에는 세계국채지수(WGBI) 관련 발표가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러셀(FTSE Russell)은 우리나라를 WGBI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남겨놓기로 했고, 정부에서는 내년 9월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나왔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과 금리·원화가치의 매력을 놓치지 않으려 분주히 서울채권시장을 찾고 있다. 투자금을 넣는 것만큼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WGBI 워치리스트 유지가 채권시장의 '악재'라는 편견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은 셈이다.

국내에서 WGBI에 대한 관심이 외국 대비 큰 것으로 체감된다. 사실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은 WGBI 편입 여부를 공개하는 FTSE Russell의 '채권시장 국가 분류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이를 주목하진 않는다. 편입되면 시장 개방과 선진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고, 편입되지 않더라도 당장 뭔가 큰일이 난다는 얘기들은 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끔 WGBI에 정식 편입이 되지 않은 현상을 두고 '실패'라고 규정짓는 경우도 있다. 실패의 사전적 정의에는 일을 잘 못했다는 뜻이 담겨있다. 현재 정부는 WGBI에 대한 의지를 꺾은 적이 없고, 무언가를 잘못해서 FTSE와 협의가 중단된 상황도 아니다. WGBI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과한 비난으로 바뀌는 일이 생긴 것이다.

FTSE Russell은 어떤 국가를 워치리스트에 올려놓은 이후 정식 편입 전까지 '계속 남아있다(remain)'고 기재한다. 홍콩 싱가포르 등 원화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과 관련 금융사들은 WGBI에 편입되지 못하면 '달성하지 못했다(didn't make)'나 '포함되지 못했다(not included)'라는 표현으로 소통한다.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정도로 우리나라의 올해 편입에 대한 기대가 과하지도 않다. 우리나라 안팎으로 온도 차가 있는 것이 판단된다.

연합인포맥스는 이번에 더 세밀하게 외국인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대한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다. [WGBI 유비무환]이라는 기사로 정리한 이들의 생각은 WGBI 정식 편입의 시기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편입은 시기의 문제이기에 특정 시점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관련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채 무리하게 WGBI에 편입되면, 오히려 중국처럼 자금 유입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WGBI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계속 확인받고 싶어 하는데, 이는 정부가 꾸준한 활동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유로클리어와의 국채통합계좌 연결 관련 타임라인을 '조만간(very near future)' 공개할 계획이다. 외국인이 WGBI에 대한 진정성을 더 알아준다면 서울 채권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민간 경제주체들의 실리는 커질 전망이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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