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금융감독원이 보험사 부채 평가에 활용되는 최종관찰만기와 장기선도금리 조정에 나서면서 보험사의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선 특히 듀레이션이 긴 생명보험사가 자본 확충 압력을 받아 내년 발행시장에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가이드라인 다음 행보는…할인율 현실화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7일 보험사의 금리 기간 구조와 할인율 산출 기준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고 보험 부채 평가에 적용할 최종관찰만기를 오는 2025년부터 3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4.8% 수준인 장기선도금리(LTFR)는 인하 폭을 확대해 내년부터 25bp 내린 4.55%로 뜻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IFRS17 체제에서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값, 시가 평가를 기반으로 보험사의 모든 계정 과목이 산출된다. 최종관찰만기와 장기선도금리는 이러한 보험부채 평가에 활용된다.

현재 부채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금리는 무위험 금리 기간구조(국채금리)와 변동성 조정의 합이다. 무위험 금리 기간구조를 추정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관찰구간에선 20년 만기까지의 부채는 각 해당 만기의 실제 국채금리를 활용한다. 현재 시장에서 관찰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최대관찰기간(LLP)은 20년이다.

보간구간에선 만기가 20~60년인 부채는 20년 만기 국고채권과 장기선도금리를 이용해 보간법을 통해 산출한 금리를 활용한다.

수렴구간에선 60년 이상 부채에 대해 장기선도금리를 활용해 무위험수익률을 결정한다.

최종관찰만기를 30년으로 늘린다는 건 그동안 보간법으로 산출되던 20~30년 만기의 부채를 관찰구간으로 포함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데 쓰이는 할인율도 장기선도금리에서 실제 시장 데이터로 변한다. 현재 국고 20년물과 30년물의 금리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새롭게 관찰구간으로 편입되는 20~30년 금리는 기존에 보간법을 활용해 산출한 금리보다 더 낮은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받는 결과로 이어진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옵션으로 거론되는 최종관찰만기의 연장이 장기선도금리 하향보다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며 "내년 연준과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 새롭게 관측기간으로 편입되는 20~30년 만기의 할인율은 보간법을 통해 산출한 금리보다 대폭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선도금리 인하 폭을 25bp로 확대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금감원은 지난 2021년 5.20%였던 장기선도금리를 25bp 인하하고, 지난해엔 15bp 인하했다.

금융당국이 할인율 산출에 활용되는 장기선도금리 인하 폭을 확대하는 것은 보험부채가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게 산출되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할인율 상승효과 등으로 보험부채가 감소했고, 보험사 자본이 기존 대비 약 69조 원 증가하는 등 높은 할인율 적용으로 재무 건전성 착시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선도금리 인하 폭을 확대하는 건 보험부채를 할인하는 할인율이 전 구간에서 더 내려간다는 것이다"며 "금감원이 보험사에 자본도 더 쌓고 건전성을 주문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운용·재무 부담…생보사 대응은

금융당국의 이러한 결정은 보험사의 운용, 재무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부채 평가에 활용되는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사의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지고, 가치도 커지기 때문이다. 보험사로선 자산부채종합관리(ALM)을 위해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고,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제고를 위해 보완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보험사들이 30년물 국고채 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기 위해선 30년, 50년물 등 장기채권을 매입해야 하는데, 공급이 시장 수요에 걸맞지 않아 시장금리가 실질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생명 등 운용자산 규모가 큰 생보사들이 최종관찰만기 연장 적용 시점의 유예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할인율 현실화에 나서면서 발행시장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 할인율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생보사들이 내년 발행시장에 대거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선도금리를 내리는 건 사실 부채 쪽 이슈가 더 강할 것 같다"며 "부채가 늘어나면 보험사가 맞춰야 하는 요구자본도 늘어난다. 이를 맞추기 위해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거나 요구자본을 낮추는 재보험 출재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가이드라인 이후의 행보로 특히 생보사의 재무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 생보사가 발행시장에 쏟아질 것이란 예상이다"고 강조했다.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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