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행정공제회가 지난 2020년 조성한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강남에 위치한 KG타워의 주주가 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공제회는 신한알파리츠, 우리은행, 담배인삼공제회 등 공동 투자자와 함께 8월 말 KG타워 인수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매각자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운용하는 '코크렙제47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다. 주주로는 케이클라비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12호, 사단법인 코티티시험연구원, 한화투자증권, 현대커머셜, 키움저축은행, 오케이캐피탈, 농심캐피탈, 담배인삼공제회 등이 있다.

행정공제회는 KG타워의 지분 30%가량을 소유한 최대 주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공제회가 이번 투자를 결정한 건 해외와 달리 국내 오피스 시장이 활황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업무권역의 오피스 시장은 낮은 공실률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견조한 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동성 완화정책이 이뤄졌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임대료 수준이 크게 올랐고, 최근에는 공실률도 낮아지면서 임대료 측면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서울 주요 3권역(CBD, 강남, 여의도)의 공실률은 2분기 기준 1.8%로, 1분기 2.7%보다 0.9%P 하락했다.

2분기 기준 강남 권역의 전년 동기 대비 임대료 인상률은 9.3%, CBD와 여의도 권역은 각각 5.7%, 6.6%를 기록하며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미숙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서울 주요권역 오피스 임대료는 사옥 수요로 인해 상승했다"며 "주요 권역의 임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신규 공급 부족으로 특히 사옥 목적의 오피스 매입 사례들이 발생 중이다. 우량 매물에 대한 매입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나 고금리의 부담으로 투자시장 분위기는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출처: KB증권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MSCI 리얼 에셋에 따르면 한국의 2분기 오피스 거래액은 38억달러로 전 세계 오피스 거래액의 12%를 차지했다. 1분기만 해도 한 자릿수에 그쳤던 한국 비중이 2분기에 급등한 것이다. 전체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도 1분기의 3배인 67억달러로 늘었다.

출처: MSCI리얼에셋


다만 해외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과 재택근무 활성화 등으로 오피스를 중심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와 하반기 산업별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신용도를 가름할 핵심 변수로 '해외대체투자 자산가치 하락 위험'을 꼽기도 했다. 행정공제회 역시 올해 부동산, 인프라 부문의 점검을 위해 해외출장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대체투자 자산의 동향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금리 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이 메마른 상황이지만, 오랜만에 딜 클로징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상 부동산 시장에선 매도자가 매물을 뿌리면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2~3개월의 협의 기간을 거쳐 실제 매각 과정에 돌입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선 우협 대상자로 선정된 운용사들이 자금 펀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딜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유동성 경색의 여파로 투자자들이 이전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딜이 좌초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F&F가 서초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인 마제스타 빌딩 인수를 포기했다. 대신자산신탁 역시 코람코가 사옥으로 쓰는 골든타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끝내 발을 뺐다. 세계 최대 물류 부동산 개발·투자사 미국 프로로지스의 한국 진출 당시 인력이 포진한 ADF운용도 신라스테이 제주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숙 KB증권 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이후 거래되던 매물 중 거래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들이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며 "강남골든타워, CBD의 선매입건인 을지파이낸스센터, 서초동마제스타타워1 등이 무산된 대표적인 사례인데, 고금리 환경에서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투자결정을 주저하면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 주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이 마른 시장에서 매수자가 자금을 모으지 못해서 딜을 포기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국내 오피스 시장은 견조하기 때문에 자금쪽의 문제만 없다면 투자 대상으로 괜찮은 시장이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기업은 5년 단위로 오피스 계약을 하는데, 2018년에 시세에 계약한 것이 코로나를 지나면서 임대료가 크게 오르고 공실도 줄었다. 국내와 해외 오피스는 정반대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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