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또 위기설이다. 경제는 생물과 같아서 늘상 출렁인다. 좋고 나쁨이 주기적 또는 비주기적으로 반복된다. 태평성대 같은 호기가 찾아오기도, 나락으로 떨어질 만한 위기가 엄습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모두 경험했다. 그렇더라도 이게 진짜 호기인지 위기인지를 구분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그래서 각종 경기 데이터에 의존해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최근 거론되는 '위기설'이라는 말 자체는 일단 현실화한 위기는 아니라는 것을 내포한다.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 즉 일종의 시그널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금융권에서 회자하는 위기설은 실제화할 가능성이 있을까.

9월 위기설의 배경으로 코로나 대출 부실·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중국 성장 둔화가 꼽힌다. 사실 새롭게 부상한 이슈는 아니다. 그간 쭉 진행형으로 이어져 온 주제들이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여러 분석과 전망들이 제기된 이슈이기도 하다. 그런데 갑자기 시기를 콕 집은 위기설이 다시 거론된다. 정부 당국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언론에 자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먼저 나섰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1일 용산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 앞에 섰다. 여러 경제 현안에 대해 언급했지만, 핵심은 "9월 위기설은 없다"였다.

추경호 부총리,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주재
(서울=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경제수석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최근 글로벌 경제·금융 주요 현안과 그에 따른 영향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2023.8.20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경기 상황을 보면 7월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산업활동 지표가 '트리플 약세'를 보이고 수출도 둔화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상저하고' 경기 흐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 수석은 이러한 전망과 우려를 일축했다. 10월부터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8월 수출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그간 수출에 발목을 잡던 대중국과 반도체 수출의 감소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수출과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는 더욱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9월 실적도 상당히 좋을 것이고 10월부터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무역수지도 기조적인 흑자 추세로 전환할 것으로 확신했다.

7월 산업활동 지표가 부진한 것에 대해선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상목 수석은 경기선행지수가 석 달째 상승하고 있고, 소비자심리지수가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추경호 부총리는 현재 우리 경제를 바닥으로 평가한다. 바닥 다지기에 들어섰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초입 단계라고 진단했다. 산업활동 부진에 대해서도 역시 '기상 악화 등의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고 봤다. 최 수석과 추 부총리 모두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을 거둬들일 이유가 없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 시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내준 대출의 만기 논란에 대해선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나섰다. 코로나 대출의 만기가 9월에 종료된다는 설에 대해선 "팩트 자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9월에 만기 연장이 안 돼서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 코로나 대출의 만기를 2025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한 조치를 거듭 설명한 것이다. 실제로 상환유예 차주 중 상환계획서를 쓰지 않는 경우는 200명 정도에 불과하다. 김주현 위원장 역시 "9월 위기설은 근거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라고 지목되는 부동산 PF에 대해선 연체율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고, 대주단 협약을 통해 부실 사업장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어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란 게 정부 당국자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최상목 수석은 "매주 관계 장관들이 모여 점검하고 있는데 큰 틀에서 시스템 위기로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주현 위원장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금리도 올라가고 공사 상황도 좋지 않지만, 연체율이나 부도율이 아닌 미분양 주택, 취업 지표를 가지고 9월에 위기가 터진다고 하는 건 정확한 판단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연체율은 작년 말 1.19%에서 올해 3월 말 2.01%로 급하게 올랐지만, 올해 6월 말에는 2.10%로 상승세가 크게 둔화했다.

중국의 위기에 대해서도 예상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한다. 중국이 과거와 같은 고성장세를 구가할 수 없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고 그런 와중에 위기 모멘텀이 이전에 비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스템을 붕괴시킬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과거처럼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중국이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위기를 진정시킬 대책을 반드시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보다 위기의 전염 속도와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당국자들의 입장은 분명 데이터에 근거했을 것이다. 실제 여러 경기지표를 보면 부정적인 것들도 있는 반면에 긍정적인 신호들도 나온다. 완벽한 중립적 시각에서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시장은 위험 관리에 방점을 두고 좀 더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성이 있고, 당국은 시장 안정 차원에서, 또는 위기 전이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중심을 두려고 한다. 시장도 당국도 모두 틀리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위기설이라는 말 자체가 내뱉는 심리적 불안 효과는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한다. 그래서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시장은 시장 나름대로, 당국은 당국의 입장에서 상황 판단과 예측을 두고 치열하게 논리 싸움을 해야 한다. 그 목적은 서로 윈윈하는 방향을 찾기 위한 것이다. 꺼림칙하고 속이 시원하게 답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심리에 의존하기보다는 데이터에 신뢰를 두는 게 낫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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