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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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일본 전국시대의 장수 오다 노부나가. 일본 통일을 눈앞에 두고두고 그는 교토 혼노지에서 향년 49세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최측근 가신인 아케치 미츠히데가 반란을 일으켜서다. 지금도 역사는 이 사건을 '혼노지(本能寺)의 변'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와 딱 들어맞는다. 믿었기 때문에 방어 경계를 낮추고, 많은 것을 공유한다. 상대가 그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지는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는다.

최근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도 '혼노지의 변'이 일어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아케치 미츠히데'는 각각 전 특허 담당 실무자였다.

LG전자는 지난해 '팬텍'이라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에 기술 침해 소송을 당했다. 소송 대상은 이미 철수한 스마트폰 및 패드 100여종에 사용된 무선 통신 시스템 및 메시징 기능 등이다.

'팬텍'은 국내 아이디어허브라는 회사가 세운 NPE로, '스카이' 휴대전화로 알려진 '팬택'의 지식재산권(IP)을 사들인 바 있다. 팬텍은 LG전자 제품들이 팬택의 IP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를 제기했다.

팬텍을 세운 임경수 아이디어허브 대표는 LG전자 출신이다. 그는 LG전자 엔지니어로 입사한 뒤 특허 담당 부서에서 출원 및 협상 등의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내 IP 전문 기업과 해외 NPE를 거쳐 2016년 아이디어허브를 창업했다.

양측은 지난 10개월간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쳤으나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LG전자도 이달 초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통첩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이번 소송전에서 팬텍의 법률 대리를 맡은 '메이어 브라운'에는 기존 LG전자를 대변했던 동일 변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전직 특허 담당 임원과의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IP센터장 부사장을 지낸 안승호 시너지 IP 대표는 '시너지IP'라는 NPE를 설립하고 '스테이턴 테키야'라는 미국 NPE와 손을 잡았다.

이들은 지난 2021년부터 무선이어폰과 음성인식 관련 특허를 비롯해, 음성 작동 기술 등에 잇단 소를 제기하며 팽팽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시너지IP의 공격이 삼성전자 입장에서 더욱 아팠던 이유는 안승호 대표가 그간 삼성전자 특허 소송을 이끌어온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안승호 대표는 재직 당시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을 맡았으며, 이후 구글과 라이선스 계약도 주도했다. 2016년에도 화웨이가 중국과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4G 이동통신 표준 특허를 침해했다고 문제 삼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영업기밀 유출' 혐의로 안승호 대표를 맞고소하면서 시너지IP는 이후 소송에선 빠지게 됐다. 하지만 시너지IP와 일부 특허를 공유하고 있는 스테이턴 테키야가 계속해서 삼성전자 측에 잽을 날리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팬텍 특허 소송에서 LG전자를 대리했던 메이어 브라운이 원고 측을 맡게 되면서 문제가 쉽지 않아졌다"며 "이와 관련해 LG전자는 법원에 법률 대리인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피(知彼)'가 확실하게 된 카운터파트들이다. 이들 NPE의 공격이 '백전백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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