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준비는 완료했는데 아시다시피 사모펀드 시장 분위기가 안 좋잖아요"

최근 꽤 공들여 프라임브로커리지(PBS) 관련 신사업을 준비하거나 검토하던 증권사 임원들을 만나 진행 상황을 물어보면 일제히 돌아오는 답변이다.

PBS는 헤지펀드를 상대로 펀드 운용에 필요한 증권 대차거래, 신용공여, 담보관리, 자금대출, 자문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증권사는 지금까지 증권·채권 등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업무인 펀드 수탁 업무만 시중은행에 재위탁해왔다. 자산운용사가 증권사 PBS와 계약을 맺고, 증권사 PBS는 은행에 수탁업을 재위탁하는 구조였다.

지난해부터 증권업계는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펀드 수탁 업무까지 직접 맡는 시도를 시작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끊임없이 찾아야 하는 증권업 특성상 어쩌면 필수 불가결한 변화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다시 불러온 망령 '라임'이 발목을 잡았다.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3대 펀드 운용사 추가 검사 결과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이 있기 직전 일부 투자자에게 특혜성 환매가 이뤄진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라임마티니4호 펀드에 투자했던 한 국회의원이 특혜성 환매를 받은 인물로 지목됐다. 해당 의원은 미래에셋증권 측이 먼저 환매를 권유했고 해당 펀드에 가입한 16명이 모두 환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시작으로 증권사들은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차례차례 휩쓸렸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이 차례대로 금융감독원 현장검사 대상이 됐다. 검찰은 미래에셋증권과 유안타증권을 압수수색 했다.

증권사들은 숨죽이는 모양새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 원화 수탁 서비스를 공식 개시하고 다음달 외화 수탁 서비스까지 내놓기로 했는데, 업계에서는 '조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직접 수탁 서비스 개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이 다시 흔들리면서 서둘러 관련 서비스를 내놓는 게 맞는지 다들 내부적으로 재차 고민하는 것이다. PBS 사업 진출을 검토하던 한 증권사도 다음을 기약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중이다.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서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받아 PBS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현재 9개 종투사 중에서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만 PBS 사업자다.

대신증권과 교보증권도 10호 종투사를 향해 자기자본 확충 움직임에 나서며 차기 PBS 사업자로 떠올랐다.

증권업계 관련사들도 덩달아 조심스러워졌다.

레고랜드 사태,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현실화 등 모니터링해야 할 사안이 안 그래도 겹겹이 쌓여있다. 이미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던 3년 전 사모펀드 문제가 정치권에서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가장 선순위 문제가 돼버렸다.

한 증권업계 관련사 임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라임이 터지면서) 증권사 사장이나 우리 쪽을 증인으로 신청할 수 있어 납작 엎드리는 중"이라며 "지금은 뭐 하나 잘못 걸리면 안 되는 시기"라고 전했다.

라임 사태 화살은 또 증권업계로 되돌아왔다. 3년 전에는 판매사가 펀드 부실 정황을 알아차리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고, 지금은 징후를 눈치채고 환매를 권유했다는 이유로 비판받는다.

국내 금융사들은 안 그래도 해외보다 강도 높은 규제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때 제약이 많은 편이다. 'K-금융'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금융당국 말과는 달리 업계를 억누르는 이슈가 정치권에서부터 불어올 때마다 업계는 멈칫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이름을 가진 펀드라도 1호, 2호, 3호 등마다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며 "PB마다 또는 펀드마다 환매를 권유한 시점이 각기 다를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송하린 기자)

미래에셋·유안타 압수수색…'라임 환매' 자료 확보(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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