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외환시장은 내년 70여년 만에 변화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아직 가시적인 시장 변화를 체감하기란 어렵지만 올해 2월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한 로드맵이 제시된 이후 7개월이 지나면서 일부 정책에 시동이 걸렸다.

외적인 시장 개방에 앞서서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은 통제적 외환제도를 개선하는 일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처음 기대만큼이나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대형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일반환전 업무를 하반기부터 규정상 허용했다.

다만 후속 제도 개선이 늦어지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5일 송고한 '외환당국, 대형 증권사 일반환전 임박…내부통제 요건 마무리' 참고)

상황이 이러자 외환시장 후발업체인 금융투자업계는 선진화에도 한계를 절감했다는 반응이 새어 나온다. 정확하게는 외환당국의 시장을 대하는 소통 방식에 대한 불만이다.

현재 선진화 이슈는 외국환은행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법률상 증권사는 기타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이란 이름 그대로 2등 손님이다.

최근엔 3등 칸으로 밀려난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온다.

외환업무 범위 확대에 증권사는 직접적 당사자인데도 당국 간 소통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올해 3월 종투사 임원 간담회만 한 차례 열렸다.

지금부터 2년 전인 재작년 9월부터 '외환제도 개편 TF'가 설립됐지만, 다수의 은행 중심의 기관들 사이에 금융투자협회 한 곳만 유일하게 증권사 의견을 대변했다. 증권사의 참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금투업계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 논의에서도 뒷전으로 밀려있다.

시장 개방을 위한 논의는 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 운영위원회 주도로 진행된다. 외시협은 민간 중심의 자율 협의기구지만 당국도 참여해 사실상 정책 기관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운영위원회는 당국과 국내 은행 5곳과 외국계 은행 3곳, 외국환중개사 2곳만이 참여한다. 지난 8월 기준 외시협 회원사는 45개 기관이다. 이 중 증권사는 9곳이다. 전체 회원사 중 20%를 차지하는 증권사는 운영위에 한 곳도 들어가지 못했다.

금투업계 '패싱' 논란에 외환시장 선진화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화는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시장구조로 전환하는 데 의의가 있다.

외환시장을 외부에 개방하는 일만큼이나 내부 규제와 법령을 정비하는 과정도 개방·경쟁적인 구조에 기여할 때 선진화 의미를 완전히 실현할 수 있다.

외환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으로 가까이하기도 멀리하기도 어려운 관계다. 다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그 기회가 모두에게 활짝 열려있어야 한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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