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안내견학교 3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우측)
삼성전자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한 마리의 안내견이 성장하기까지 수천만, 수억 원의 돈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애정의 크기로 '퍼피워킹' 해주려는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하고, 같은 해 9월 삼성화재 삼성 안내견 학교를 세웠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이 사업은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안내견 학교다.

안내견 한 마리를 제대로 기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약 2억원이다. 30년간 분양한 안내견만 280두, 현재는 76두가 활동 중이다.

처음부터 쉬웠던 일은 아니었다. 세계 최초의 안내견학교였기 때문에 준비해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한다.

안내견으로 가장 많이 길러지는 견종인 레트리버는 삼성이 한 마리도 갖고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데 1년이 넘는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의 비행기 탑승도 어려웠다. 1995년 외국 사례와 국제법 조사 자료를 들고 삼성 직원들은 항공사를 찾았다. 여러 차례의 설득 과정에서 결국 안내견이 대중교통에 탈 수 있게 되는 발판이 마련됐다.

사업 시작 3년 후, 1996년 초등학교 3학년 읽기 교과서에는 안내견 설명 내용이 실렸다. 이어 1998년에는 안내견의 편의 시설 접근권을 허가는 개정 장애인복지법도 국회를 통과하기에 이른다.

고 이건희 회장은 미발간 에세이인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삼성이 개를 길러 장애인들의 복지를 개선하거나 사람들의 심성을 바꿔보려고 하는 이유는, 이런 노력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국민 전체의 의식이 한 수준 높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안내견 사업의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마냥 긍정적인 여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개한테 투자할 바에는 직접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란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을 한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시각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돕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단 것이다.

그는 "비록 지금은 현실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거나, 바보라는 비난을 듣고 있지만, 십 년이나 이십 년이 지난 다음에 우리가 옳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게 될 것이다. 안내견 사업이 우리 사회의 복지 마인드를 한 수준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인식과 관습을 바꾸는) 문화적 업그레이드야말로 사회 복지의 핵심이다"며 "그것이 기업이 사회에 되돌려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재투자다"라고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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