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휴 간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한 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등장했다. 전 세계가 물가 상승 억제와 경제 연착륙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상황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갈길 바쁜 데 발목을 붙잡는 셈이다. 이 여파로 국제유가가 4% 급등했고, 달러화와 엔화,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이유로 강세를 보였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약 1년 9개월 만에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300억달러를 매도하기도 했다.

미국이 재빠르게 중동발 확전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현존하는 항공모함 중 제일 크다고 알려진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의 동지중해 이동을 명령했다. 이는 하마스 배후로 의심을 사는 이란을 견제하고 혹시 모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2011년 이란은 미국의 원유 제재에 세계 석유의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유례없이 강력한 긴축에도 아직 전 세계 어느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 못 하는 상황에서 중동 불안이 원유 공급 축소로 이어진다면 인플레 공포가 또 금융시장을 뒤덮을 수 있다.




유가 상승은 요즘 전 세계 금융시장 혼돈의 진앙인 미 국채 시장에서 재차 금리의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물가를 잡아야 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레버를 다시 당기게 할 수 있는 재료다. 비단 해외 충격파가 아니더라도 유가 상승 장기화는 한국전력[015760]공사의 적자 누적과 채권 공급 부담을 키우고, 전기요금은 현실화를 앞당긴다. 또 원유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이다. 4개월째 흑자를 지속한 배경에는 에너지 수입 감소가 컸다. 반도체와 대중 수출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무역수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세계의 이목이 서울채권시장으로 쏠린다. 콜럼버스의 날로 뉴욕 채권시장이 휴장하면서 중동 사태 후 미국보다 먼저 열리기 때문이다. 서울 채권시장은 요즘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달러-원 환율을 주목할 것이다. 세계적인 안전 선호는 위험자산인 원화에 부정적이다. 환율은 현재 경기와 가계부채 상황 등을 무시하고 한국은행을 기준금리 인상에 다시 나서게 할 유일한 재료다. 경제 규모는 선진국이지만 자원이나 인구, 땅덩어리, 기축통화 등 어디 기댈 데가 없는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은 냉혹하다. 1971년 G10 회의에서 존 코널리 미국 재무장관은 유럽 재무장관들에게 "달러는 우리의 통화지만 여러분의 문제"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짧지만 현재도 우리에게 유효한 국제정치와 경제의 실상을 담았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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