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쟁의 시대가 왔다. 이번엔 중동이다.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면서 세계는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2022년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전쟁이 터진 것이다. 전면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수천발의 로켓 공방과 무차별 민간 폭격을 주고받으며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복잡한 중동의 정세를 감안할 때 단시일 내에 평화 국면이 오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하필 주요 원자재의 산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동이 동시에 전쟁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중동발 악재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한때 87.24달러까지 올랐다. 12일 현재 83달러선에 머물려 숨 고르기를 하고 있으나 중동발 불안심리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는 상승세에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미국 연준의 고금리 정책에 더해 위험 회피처로서 달러의 지위가 상승해 킹달러 국면은 오랜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고물가 속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가와 곡물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고물가 국면을 만성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글로벌 경기 회복은 아직 먼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WTI(붉은색)와 대두(녹색)의 최근 5년 가격 추이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8888)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일 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내년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2.1→1.5%)과 일본(2.0→1.0%)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게 컸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근 아시아 지역 전체의 경제성장률을 지난 7월보다 0.1%P 하향한 4.7%를 제시했다. 역내 최대 경제국인 중국의 성장률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을 2.9%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2.7%로 예측했다. 이제까지는 회복세가 강했으나 앞으로는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약화될 것으로 OECD는 봤다.

주요 기관들의 이러한 전망은 중동 사태 이전에 나온 것이다. 향후 몇 달간 중동 변수를 경제전망에 반영하게 되면 이보다 더 나쁜 성장률 전망치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중동사태가 확전 양상으로 치닫거나, 돌발 변수가 생긴다면 성장률의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파란선)과 미국(붉은선)의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중동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상저하고의 기대는 약화되고 상저하저가 현실화되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물가ㆍ고환율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데 체감 실물경기도 좋지 않다. 물가가 너무 올라 돈 쓰기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회복은 요원하고 고물가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이제는 장기화된 고물가가 성장을 훼손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관건은 중동 전체로 확전될지 여부와 단기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지 여부다. 중동의 전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비롯해 과거 중동발 변수를 보면 예측불허의 상황이 많았다. 우리 경제에 드리운 불확실성의 무게도 커지고 있다. (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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