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 세계가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체험을 계속하고 있다. 과거 긴축 기간에 경기 둔화 조짐이 포착되면 빠르게 인하로 돌아섰던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금은 그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만 여전히 높으며 현재의 통화정책이 제약적이지만 너무 긴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 등의 불안 요인에도 미 경제 지표가 계속 좋게 나오니 2년 전 인플레 대처에 실기한 연준으로서는 당연한 대처로 보인다.

문제는 전체적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취약한 부분은 늘 발생한다는 점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16년 만에 5%선을 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미 국채 10년물이 추가로 오른다면 앞으로 닥칠 후폭풍은 크레디트시장이 맞을 공산이 크다고 바라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시가평가 매트릭스(화면번호 4743)에 따르면 만기 3년물 기준 국고채 대비 'AA-' 등급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현재 80bp 수준이다. 작년 말 170bp가 넘어섰다가 올해 2월 60bp대로 떨어졌는데 최근 다시 오르는 모양새다. 최근엔 수요예측까지 마친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취소하기도 해 시장을 긴장하게 했다.

최근 3년간 3년만기 국고채 대비 AA- 회사채 신용스프레드 추이

 


신용등급 'A'로 양호한 이 기업은 수요예측 실시 전후로 발생한 채권금리의 급격한 변동 등을 이유로 발행을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일이 제한된 여파로 끝날 수 있지만 앞으로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슷한 사례가 또 발생할지 여부는 지켜볼 대목이다. 다만 서울채권시장은 즉각 반응보다는 지켜보려는 차분한 분위기를 보인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현재의 고금리 상태가 더 지속할 여지는 많아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관건은 고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고환율의 여파를 맞고 있는 기업이 잘 버텨 줄지다.

최근 1년간 거래소 빅40 영업이익 컨센서스 추이

 


고유가, 고금리 등의 비용 증가는 기업 실적에 부담이다. 인포맥스 업종 컨센서스 기간변화(8053 화면)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39개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61조원 수준이다. 작년말 집계치 90조원에 비해서는 대폭 줄었다. 기업이익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주가도 좋은 그림이 나오기 힘들다. 과거보다 높아진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기업만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그나마 국제통화기금(IMF)이 대한민국의 내년 성장률을 주요 선진국 중 제일 높은 수준인 2.2%로 전망하는 점은 다행이다. 이런 성장 전망이 현실화하면 미국보다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작아진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래저래 고금리 장기화 국면이다.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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