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자산시장에 균열이 가고 있다. 코스피는 기업 이익 전망 하향과 배터리 산업으로 쏠렸던 자금이 빠지면서 연중 고점 2,668 대비 300포인트 넘게 내렸다. 주식시장에 잠재했던 각종 사건·사고도 튀어나오고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유동성 힘으로 반등했던 기세가 가계부채 우려로 약해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2024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2.0% 하락한다고 내다봤다. 나라 곳간도 우려된다. 올해 국세 수입은 기존 세입예산안 전망치 400조원에서 341조원으로 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상황은 금융 여건 긴축의 여파로 경기가 둔화하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되더라도 가슴으로는 영 유쾌하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오랜 금융 확장기간 중 자산 가격 상승에서 누렸던 쾌락과는 딴판이어서다. 그래도 경제주체와 금융시장은 꾸역꾸역 적응해 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0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 아니라 동결했음에도,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는 반응을 보면 분위기가 사뭇 바뀐 걸 알게 된다. 파월 의장은 "너무 많이 (긴축)하는 위험과 너무 적게 하는 위험이 점점 균형에 가까워진다"면서도 금리 인하는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IMF의 미국(빨강), 일본(파랑), 한국(녹색) 경제전망 추이
국가별 경제전망 8854 화면

 


미국 경제의 호조로 이런 금융 긴축기가 일찍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다. 자금난으로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파산 신청 가능성이 나올 정도지만, 연준은 여전히 미국의 전체 경제성장에 대해서 강하게 낙관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이 올해 2% 성장해도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수 있다며 잠재 성장률이 이 수준 위로 올라섰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탄탄한 성장은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와 공급망 충격 해소 등의 덕분이고, 또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으로 변모한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하마스 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을 내년 경제 운영의 최대 리스크로 우려하는 우리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금융 긴축기가 길어질수록 앞으로 예상치 못했던 사건도 많아질 게 분명하다. 1970년대 오일 쇼크 후 인플레로 고전하던 미국에서는 자동차 판매상이 안 팔린 차의 열쇠 꾸러미를 연준에 소포로 보내는 등 정부와 중앙은행이 거센 비난을 들었다. 특히 늘어난 이자 부담은 모든 이의 골치를 아프게 할 것이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CEO)는 엄청난 규모의 이자 비용이 미국의 다음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에 다다른 대한민국이 아무것도 겪지 않는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금융 긴축기 투자자들은 이제 행복의 기준을 낮춰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쾌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것에서 온다'고 말했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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