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미국 물가 둔화에 뉴욕 증시와 채권 시장이 큰 폭으로 반응했다. 미국의 10월 CPI는 전년 대비 3.2%, 전월비 0.0%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근원 CPI 상승률도 전년 대비 4.0%, 전월비 0.2%로 예상치보다 낮았다. 이를 반영해 전일 2년물과 10년물 미국채 수익률은 거의 20bp씩 급락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확신한 셈이다. 금리 인하 기대도 높아졌다. 연방기금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내년 5월에 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31%에서 50% 수준까지 높였다.


미국 소비자물가의 전년비 상승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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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장의 환호는 물가뿐 아니라 다른 호재가 겹친 결과이기도 하다.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의 대면은 지난해 11월 '발리 회담' 이후 1년 만이다. 예전의 개방과 협력으로 돌아가지는 않더라도 막혔던 물꼬는 텄다는 평가다. 또 미국 하원이 내년 2월까지 자금을 지원하는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연방정부의 일시업무정지(셧다운) 우려가 누그러질 거란 점도 작용했다. 지난 주말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전망 하향으로 시장에는 셧다운 긴장감이 돌았다.


2022년 8월부터 국고 3년 금리 추이

 


기시감이 있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면 익숙한 그림이 다시 펼쳐진다. 2022년 11월 미국의 CPI 발표 때도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환호성이 있었다. 당시 CPI는 전년비 7.1%, 근원 CPI도 6.0% 상승해 모두 시장 예상보다 낮았다. 당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1bp, 2년물은 18bp 내렸다. 미국 리서치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인플레이션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도 공개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대한민국의 국고채 금리도 빠르게 내렸다. 강원중도개발공사와 한전채 사태 등으로 2022년 9월 연 4.5%로 고점을 찍었던 국고 3년 금리는 2023년 2월 3.1%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10월초 다시 4.1%로 돌아오기도 했다.


미시간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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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확신도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 디스인플레이션 기조로 연말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없어졌지만 물가와의 싸움이 종료된 것인지는 더 확인해봐야 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미국의 장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한 점이다. 11월 미시간대 1년 기대인플레는 4.4%로, 전달(4.2%)보다 올랐다. 5년 기대인플레도 13년 만에 가장 높은 3.2%까지 상승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의 금융경제학 교수는 불확실성의 시기에 금리를 그대로 두는 것이 금융시장에 안정성과 예측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또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있는 시기에 중앙은행들은 더 신중한 경향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앙은행은 지금 데이터를 더 모을 시간이 필요한 시기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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