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실물 경기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썼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도심의 뒷골목 쓰레기통을 살펴보기로 유명했는데, 시민들의 소비행태를 토대로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쓰레기통 속에 있는 남성들의 속옷 상태를 유심히 살펴봤다고 한다. 경기침체기에는 남성들이 속옷 구매를 하지 않고 최대한 버티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는 남성속옷지수(men's underwear index)라는 비공식 지수를 경기 판단의 보조지표로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이 지수는 하락세를 보였으며 2010년부터 경기 회복기에 들어서면서 지수가 다시 회복된 것으로 알려져 체감경기를 판단하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들어선 감자튀김 추가율(Fry attachment rate)도 실물 경기를 측정하는 징표로 사용된다고 한다. 감자튀김 추가율은 식당에서 감자튀김을 주문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양면적인 해석이 가능한 지표다. 감자튀김을 먹는 식당은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기 때문에 감자튀김 추가율이 올라가면 대중들이 고급 식당보다는 저렴한 식당에서 식사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경기가 나빠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반면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면 감자튀김조차 시키지 않고 버거만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자튀김 추가율이 낮아지면 경기 불황의 신호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 10월 냉동 감자튀김 공급업체인 램 웨스턴이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감자튀김 추가율이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향후 미국 경기에 어떤 시그널이 될 것인지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다.


미국의 소매판매(바)와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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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던 미국의 소비지표들이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의 소매 판매는 9월 대비 0.1% 감소해 3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의 전반적인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쇼핑 시즌의 테이프를 끊은 블랙 프라이데이의 소비지출은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이버 먼데이에서 부진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소비둔화와 경기냉각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올해 쇼핑 시즌 지출 증가율이 3∼4%에 그쳐 최근 5년 새 가장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상에도 강력한 성장을 보였던 미국 경제가 냉각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럽은 물론 중국 등 주요국들의 소비 지표들이 꺾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역습이 소비를 강타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소득은 늘어나도 고물가로 인해 실질소득은 체감하기 어렵다. 오히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지출의 폭이 늘어나 지갑이 더 얇아지고 있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4%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 영향을 뺀 실질 소득은 0.4%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가구당 지출은 387만원으로 4.0% 늘었다. 가계 대출은 지난 4월부터 7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처분 가능한 소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추이(분기별)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절약의 비법을 주고받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절약 노하우를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공유하는 거지방이 유행이고, 절약 챌린지가 각종 SNS에서 인기라고 한다. 1990년대 초반 TV광고 카피로 유명했던 "아껴야 잘 살죠"가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소환되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절약은 개인에게 합리적 선택일지 몰라도 경제 전체의 득실을 따져봤을 때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았다. 절약형 경제는 돈이 돌지 않고 활력이 없는 경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의 여진이 내년에도 멈추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 (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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