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체크메이트."

게임이 끝났다. 왕이 잡혔다. 왕은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고, 혹은 왕이 도망갈 수 있는 모든 방향이 공격받고 있다.

엘리엇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악몽이 반복되는 중이다. 삼성물산을 상대로 한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공격 얘기다.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틈만 나면 삼성물산을 타깃으로 삼는다. 이유는 하나다. 삼성물산이 삼성의 '체크메이트'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로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44%에 불과하다. 삼성생명 지분율은 10.44%다. 이재용 회장이라는 '킹'을 지켜주는 말들만 잡으면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기업을 휘어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늘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구조에 착안해 헤지펀드들은 틈만 나면 삼성물산을 공격한다.

헤지펀드들이 내세우는 구실은 그럴싸하다. 삼성물산 주가가 상대적으로 싸고, '제일모직과 부당 합병 논란'이라는 명분도 있다. 아울러 주주가치를 제고하면 최대 주주인 '이재용 회장에게도 좋은 일'이 된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배당을 늘리면 지분 18% 이상을 가진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에 돌아갈 이익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우리나라의 배당세와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따지면 빛 좋은 개살구다. 이재용 회장 입장에선 50%에 육박하는 세금을 떼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11월 삼성물산에 주주 서한을 보낸 씨티오브런던캐피탈(City of London Capital)의 요구대로, 삼성물산 보통주 배당금을 4천500원으로 늘리면 이재용 회장이 얻게 될 실제 수익은 700억원 남짓이다. 삼성물산 지분 약 18%를 보유한 이 회장과 고작 0.48%를 보유한 씨티오브런던의 수익(약 340억원)은 두 배 수준에 그친다.

결국 삼성에 지주회사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현행법상 지주사는 상장자회사의 20%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데,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비용이 소모된다.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경영권을 지킬 묘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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