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여의도 증권가에서 올해는 선거로 시작해서 선거로 끝나는 해라는 말이 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만의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이 끝이라는 얘기다. 중간에 다양한 국가에서 선거들이 있다. 6월에는 유럽의회 선거도 있고, 우리나라 역시 4월에 총선을 치른다. 시장에서 관심을 뗄 수 없는 정치 외교 이벤트들이 한해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정치라는 뜻에서 폴리코노미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지난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파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상반기 내내 양안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의 친미 반중 정책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어떤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에 따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이다.


◇대만해협 불안의 나비효과

반중 친미 정권이 3연속 집권한 대만의 정치지형도는 우리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가까스로 잡힐듯한 세계적 인플레이션 문제를 다시 키울 수 있다. 양안 관계의 긴장이 대만 해협을 통과하는 운송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운임 상승에 압박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홍해 사태로 해상운임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는데 대만 해협까지 차단되면 우리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운임, 에너지 가격의 돌발적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문제는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고환율, 고금리 현상의 지속을 유발할 수 있다.

외신들은 대만의 지정학 리스크가 우리 경제성장률에도 직격탄이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대만의 국내총생산(GDP)는 40%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해외 기관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GDP는 23%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최악의 가정이긴 하지만 중국의 무력 응징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적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울한 분석이다. 일본(-13%), 중국(-16%), 미국(-6%)과 비교해봐도 우리가 받는 충격은 유독 크다.

우리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양안의 긴장이 대만 TSMC의 생산과 안전에 영향을 줄 경우 우리 반도체 업계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기 위해 반도체 원료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희토류와 같은 산업자원의 해외 수출을 통제할 경우 우리 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대만 자취안지수 추이

 


◇점증하는 트럼프 리스크

미국 대선에선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에도 세계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외교, 안보, 무역, 공급망 이슈 등 요소요소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트럼프 후보는 두 번째 집권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에 방위비 분담 등 한미 동맹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와 협상을 노리는 북한은 도발의 수위를 높이며 한반도 정세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은 커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과 환율 불안과 같은 2차적 경제 피해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백지화를 공언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지게 되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우리나라 전기차 관련 기업들은 길을 잃게 된다. 미·중 갈등의 국면에서 주요 공급망 이슈에 대한 불안심리도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로지 국익만 있을 뿐이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외교의 달인' 헨리 키신저가 했던 명언이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에서 가장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앞으로 펼쳐질 대외적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의 중심은 국익이다. (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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